교육부 지적 미이행 대학에 2회 '정원 감축'…法 "과도한 처분, 위법"

회계부분감사 이후 지적사항 등 미이행
교육부, 두 차례 걸쳐 입학정원 5% 감축
법원 "지나치게 가혹…재량권 일탈·남용"
"정원감축보다 낮은 제재로도 공익 달성"

교육부의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가 검토 없이 입학정원 감축 등 과도한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지난 2월9일 A학교법인과 B대학 총장 등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정원감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법인은 전북에 위치한 B대학을 운영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B대학에 대한 회계부분감사를 실시한 뒤 15건의 지적사항 및 처분요구사항을 통보했다. A법인은 이듬해 회계감사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20년 패소가 확정됐다.

교육부는 같은 해 지적사항에 대한 처분요구사항 미이행을 사유로 들어 B대학의 2021학년도 총입학정원을 직전 학년도 대비 5% 감축하는 처분을 했다.

다음 해에도 교육부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처분요구사항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대학의 2022학년도 총입학정원을 2021학년도 대비 5% 감축하는 처분을 했다.

재판 과정에서 A법인 측은 처분요구사항 중 곧바로 이행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경우 최소한 유보로 보아 행정제재 결정 고려 대상에서 제외돼야 함에도 입학정원 감축처분이라는 중대한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교육부가 A법인에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가장 무거운 처분에 해당하는 입학정원 감축 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법인의 각 지적사항에 관해 산정된 점수는 정원감축에 해당하는 제재점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정원감축 처분은 교육부의 내부지침으로서 성격을 갖는 이 사건 지침이 규정하는 제재기준보다 중한 행정제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각 지적사항의 내용이나 위법의 경중, A법인이 처분요구사항 이행을 위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노력을 했는지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정원감축 처분을 함에 있어 교육부가 추가로 검토하거나 고려한 사정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B학교는 이미 2021학년도 신입생 5% 정원을 감축하는 처분을 받았으므로 재차 입학정원이 감축될 경우 피해의 정도는 더욱 가중될 것이 명백하다"며 "정원감축 처분보다 낮은 정도의 제재처분만으로도 교육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전했다.

한편 재판부는 원고 중 한 명이었던 B대학 총장에 대해 "당사자능력이 없는 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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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