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회안전 위협할 수 없도록 영구히 격리"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 양정동 빌라에서 이웃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8일 오전 살인 및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50대·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신경정신과 약에 취해 범행에 취약해진 상태의 피해자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또 피해자 중 한 사람은 17살인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사회생활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은 A씨가 경제적 궁핍에 금품을 빼앗기 위해 흉기로 찌르거나 둔기로 내려쳐 약물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제압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인하다"며 "아무리 약물에 취한 피해자들이 깨어나더라도 거기에서 (범행을) 멈추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그럼에도 살인 범행을 저질렀고 태연히 자신의 지문을 지워 증거를 인멸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하수구에 버리는 등 범행 준비 때부터 종료 후까지 치밀함을 보였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않고, 생존한 피해자 아들이 범인인 듯 발언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부인하고 책임을 벗어날 궁리에만 몰두했다"며 "다시는 사회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A씨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함이 타당하다"며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판결 직후 B씨의 가족들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재판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12일 낮 12시50분께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B(40대·여)씨와 B씨의 딸 C(10대)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 D(10대)군이 어머니와 누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자신이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든 정신과 약물을 가루로 만들어 도라지청에 섞어 이웃 주민인 B씨 가족들에게 마시게 했다. 이후 금품을 훔치던 중 B씨가 깨어나자, 흉기 등으로 찔러 제압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A씨는 C양도 깨어나자, 둔기를 수차례 휘둘러 제압한 뒤 손과 이불 등을 사용해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C양의 이불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A씨는 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을 읽지 못하는 등 직업을 갖기 어려워 달리 수익이 없는 가운데 병원비, 월세, 생활비 등 지출이 많아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시 경찰은 A씨가 복용하던 수면제 성분이 피해자들의 신체에서 발견된 점과 피해자의 집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점을 들어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A씨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와 함께 약을 처방받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 A씨는 자신이 B씨와 C양에게 도라지청을 섞은 물을 준 적이 없으며, 살해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모든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A씨의 집 절구봉에서 A씨가 복용하던 약 성분이 나온 점과 2018년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 지인의 증언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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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