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돌다 숨진 대구 10대…파티마·경북대병원 등 4곳 '철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거부…응급의료법 위반
보조금 중단…파티마·경북대병원 과징금 부과
대구시에도 이송 지침 마련 등 제도개선 권고

지난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2시간 넘게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떠돌다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소방청, 대구시와 합동 현장조사 및 전문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응급의료법에 따라 이같이 행정처분을 실시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지난 3월19일 오후 2시15분께 대구 북구에서 A(17)양이 4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져 우측 발목과 왼쪽 머리를 다쳤다. 발견 당시에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신고로 긴급 출동한 구급대는 오후 2시34분께 A양을 동구의 대구파티마병원으로 옮겼지만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했다. 20분 후 상급종합병원인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으나 응급환자가 많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에 또 다른 병원을 찾아다녀야 했다.

이후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동산병원 등 2곳을 더 전전하다가 결국 A양은 구급차에 실린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30분께 다른 병원으로 인계하는 과정에서 심정지 상태가 됐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 등을 실시하며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다시 옮겼지만 이미 숨을 거뒀다.

복지부는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동산병원 등 4곳에 과실이 있다고 보고 공통적으로 ▲병원장 주재 사례검토회의 실시 및 책임자 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병원장 포함 전체 종사자 대상 교육 ▲응급실 전문의 책임·역할 강화 방안 수립 ▲응급환자 수용 프로토콜 수립 ▲119 전화 수용 의뢰-의료진 응답 대장 전수 기록 관리 등 6가지를 이행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A양 사고 당시 구급대가 가장 먼저 도착했던 대구파티마병원에는 6개월 간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조금 4800만원을 지급 중단하고, 22일 간 영업정지 수익에 해당하는 3674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해당 병원은 당시 근무 중이었던 의사는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구급대원이 외상만이라도 응급진료를 수용해줄 것을 재차 의뢰했으나 해당 의사는 정신과적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미수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한 응급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다.

복지부는 대구파티마병원에 공통 시정명령 외에 모든 응급환자는 환자분류소로 우선 진입시켜 중증도를 분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365일 응급실 진료 협조체계 구축 등 시정명령을 추가로 이행하도록 했다.

A양이 두 번째로 이송됐던 경북대병원도 환자를 직접 살펴서 중증도 분류를 하는 대신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대는 이후 2회에 걸쳐 해당 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용을 의뢰했으나 모두 다른 외상환자 진료 및 병상 부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당시 A양을 수용할 병상이 있었고 진료 중이었던 다른 환자들 중 상당수는 경증환자여서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경북대 병원에도 6개월 이내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동안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권역외상센터로서 지원받는 보조금 2억2000만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과징금 1670만원도 부과했다.

복지부는 경북대병원에 추가로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권역외상센터 간 외상환자 내원 시 협진 지침과 24시간 소통체계를 수립하고, 권역외상센터로서 중증외상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강화하는 계획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계명대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데 대해 6개월 이내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기간 지역 응급의료센터로서 보조금 4800만원이 지급 중단된다.

계명대동산병원은 응급실에 2회에 걸쳐 각 구급대원, 대구 119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전화를 걸어 A양을 수용해 달라고 의뢰했으나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구급대원의 수용 의뢰 전화에 신경외과 의료진이 학회 참가 등으로 부재해 수용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합동조사단은 응급의료기관 4곳 외에 119 구급대로부터 A양 이송 의뢰를 받았던 영남대병원과 삼일병원, 나사렛종합병원, 바로본병원은 법령 위반 사항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삼일병원과 바로본병원은 환자를 수용해 진찰했으나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필요한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재이송했다.

영남대병원은 2회의 수용 의뢰를 받았으나 다수의 중증환자가 연속적으로 내원한 탓에 A양을 수용하더라도 장시간 대기하게 돼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나사렛종합병원도 다른 중증환자를 진료 중이어서 A양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인정됐다.

복지부는 이번 사망 사건이 119 구급대와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라고 보고 대구시에도 관련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지역 응급의료 자원조사를 기반으로 이송지침을 마련하고,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해 지자체, 소방,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운영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난 3월21일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과제와 연계해 ▲이송 중 구급대의 환자 상태 평가 강화 및 이송 병원 선정 매뉴얼 마련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고지 프로토콜 수립 ▲지역별 이송 곤란 사례를 검토하는 상설협의체 운영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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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