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과연 없어질까…전문가들 "인위적 통제는 안돼"

원희룡 "전세제도 수명 다해…잘못된 판 수리해야"
"전세제도 없애야 해"vs"전세 없어지면 하우스푸어"
전문가 "월세만 존재하면 월 수입 상당수 주거비로"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전세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정부가 이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1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수명이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사기나 역전세로 인한 고통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자책하는 마음"이라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응급처방하는 지원책을 펴되, 공격적으로 잘못된 판을 수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지금처럼 갭투자를 조장하고 브로커까지 껴 전세대출을 받는 등 사기범죄가 판을 치게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큰 틀에서 임대차3법 전체를 개정해야 하는데, 사기나 주거약자들에 대한 피해를 막는 방향으로 본격 연구하겠다. 가급적 빠르면 좋지만 하반기에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야한다"고 전했다.

원 장관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금융기관에 맡겨놓는 '에스크로'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세는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목돈을 빌린 것인데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못 돌려준다, 갚을 생각을 안 한다는 게 황당한 이야기"라며 "전세금 자체를 금융에 묶어놓는 에스크로까지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제도 개편 의지를 밝히자 일각에서는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거나 전세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고, 이를 주제로 토론도 벌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 A씨는 "전세대출을 많이 해줘 집값이 올랐으니 전세대출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아침을 먹어 배탈이 났으니 앞으로 아침을 먹지 말라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 B씨는 "전세가 없어지면 서민들은 대부분 집도 못 사고 하우스푸어가 된다. 전세가 없어지면 매매나 월세 중 골라야 하는데 근로자 평균 소득이 400만원도 안되는 나라에서 월세를 60~70만원씩 내고 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누리꾼 C씨는 "따지자면 전세 자체보다는 전세대출제도가 문제다. 현재 신혼부부 대상으로는 최대 90%까지 전세대출을 해주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말도 안되는 대출은 결국 집주인의 갭투기 용도로 다시 쓰이고, 집값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 D씨는 "(전세가 없어지면) 월세는 무조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임차인들이 몇억원씩 전세금을 날리는 등 사회적 문제가 너무 야기되니, 월세가 높아져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쪽이 득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정부가 이를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각에서는 아예 전세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놓는다. 임대주택사업자의 경우 깡통전세, 갭투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일정한 보증금을 확보한 사람에게 허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인 간 거래를 어떻게 정부가 일일이 통제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전세제도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고 시장수요가 있는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전세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앞으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금이 전세자금 대출이 아니라 오롯이 본인의 돈이라면 여전히 임차인에게는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며 "서울에서는 원룸 월세도 이미 수십만원인 곳이 많은데, 가족단위가 거주가능한 20~30평대의 주택은 월세를 얼마나 받아야 할까 싶다. 만약 월세만 존재한다면 월 수입의 상당수가 주거비로 소요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 장관이 언급한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에스크로 계좌는 쉽게 표현하면 안심결제인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처럼 부동산의 매매계약에서는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전세에서 에스크로 제도를 전면 작용하는 것은 좀 더 논의·검토여지가 크다"며 "임대인은 일종의 무이자 대출처럼 전세금을 받아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고, 임차인의 입장에서 전세금 보호는 기존 전세보증보험같은 제도를 적용해도 되는 것이기에 굳이 추가적인 규제를 더 만들 필요까진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