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차관 "9월 월간 무역수지 흑자 예상"
전문가 "하반기 반도체 개선 요인 안 보여"
이번 달 20일까지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부진이 5월을 저점으로 점차 개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를 통해 9월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20일까지 무역적자는 43억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일까지의 연간 누계만 따져봐도 295억4800만 달러 적자다. 지난해 총 무역적자가 477억800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상황이 나빠진 셈이다.
무역수지 상황이 나빠지는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 자리한다. 이번 달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을 따져보면 전년 동기보다 35.5% 크게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하락세였으며, 이번 달 역시 감소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반도체 수출을 비롯해 무역적자 상황이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달 바닥을 찍고 서서히 개선 흐름을 보이다가 8~9월께 무역수지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에는 확실하게 월별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텐데 그 시기는 8~9월이 될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 전망이 안 좋게 나왔지만 늦어도 9월에는 월간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5월 지나면 적자 폭이 서서히 개선되고 하반기, 특히 4분기 정도 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의 대외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반도체 시장의 개선 흐름이 3분기에 나타나고, 그 영향을 받아 무역수지도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의 교체 주기가 각각 4~5년, 2~3년인 걸 고려했을 때 컴퓨터는 올해 초중반, 모바일 기기는 올해 2~3분기가 저점이라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자산은 54조4196억원이다.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지표인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4.1회에서 3개월 만에 3.5회로 낮아졌다. 또 SK하이닉스는 재고자산이 17조1822억원이었으며, 재고자산 회전율은 2.4회에서 1.6회로 느려졌다.
이렇듯 반도체 시장이 저점인 것과는 별개로 아직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상황이 더 나빠질 수가 없어 5월 저점이라는 건 동의한다"며 "다만 하반기 회복과 관련해 개선될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아서 개선 자체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거나, 감산의 효과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반도체 수요 자체도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하반기에 회복된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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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