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피해자·가족 죄송, 제정신 아니었다"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검찰에 넘겨졌다.

금정경찰서는 2일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정유정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날 오전 9시5분께 동래경찰서 현관을 나온 정유정은 검정 벙거지 모자와 흰 마스크를 썼다.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하고,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피해자를 특정한 이유, 살인충동을 가지게 된 시점 등 범행 관련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앞서 지난 1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원회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정유정의 신상을 공개했다.

부산에서 신상이 공개된 것은 2015년 10월5일 부산진구 실탄사격장 총기탈취 피의자 이후 약 8년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금정구 A(20대·여)씨의 집에서 흉기로 A씨를 살해하고, A씨의 시신을 훼손한 뒤 일부를 낙동강변 풀숲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다음날인 27일 오전 3시15분께 젊은 여성이 큰 여행용 가방을 들고 산속으로 이동하는 것이 수상하다는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았다.


출동한 경찰은 풀숲에서 여성의 시신 일부와 혈흔이 묻은 여행용 가방 등을 발견하고, 정유정을 긴급체포했다.

이어 유기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후 A씨의 주거지에서 나머지 시신 일부를 발견했고, 같은날 오전 6시께 정유정을 긴급 체포했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29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유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던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밤 "범죄 수사프로그램을 보며 살인 충동을 느꼈고, 실제로 살인을 해보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또 정유정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검사 결과, 3개월 전부터 '살인', '시체 없는 살인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했고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다수 빌려 본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정은 과외 앱에 학부모로 가입한 뒤 혼자 사는 과외선생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후 정유정은 피해자 A씨를 알게 됐고, 2~3일 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녀의 과외를 부탁한다며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범행 당일 정유정은 학생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구입한 교복을 입고 중학생 행세를 하며 A씨를 찾아갔고, 무방비 상태에 있던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아울러 완전범죄를 꿈꾼 정유정은 A씨가 실종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지갑 등을 시신유기 현장에서 챙겨갔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은 평소 사회적 유대가 없었고 폐쇄적인 성격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까지 직장이 없다"며 "체격은 또래 여성보다 조금 작은 편"이라고 전했다.

또 "살인과 시체유기 등은 사전에 계획했고,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사이코패스 여부도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