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테러 위험 알린 이주노동자 '체류연장 불허 정당 판결' 왜?

법원 "귀국하면 테러 단체 위협 주장 충분히 소명 안 돼"
"연장 사유 없다고 판단한 출입국행정청의 재량 인정"

테러 위험을 제보한 공로로 국내 체류 기간을 연장받았던 이주노동자 가족이 체류자격 연장이 불허돼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귀국 시 테러 단체로부터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 가족의 주장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연장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출입국 관리 행정청의 권한·재량을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8일 인도네시아인 A씨 일가족 4명이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 자격 연장 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40대 이주 노동자인 A씨 부부는 2018년 같은 국적의 노동자 B씨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라고 경찰과 국가정보원에 알렸다.

경찰은 B씨로부터 폭탄 제조 방법이 담긴 자료를 발견하고 B씨를 추방 조치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불법 체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감수하고 B씨 검거에 도움을 줬다고 봤다.

경찰은 '국가 안보 침해 사범 검거에 기여한 A씨 부부의 국내 체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냈다.

A씨 부부와 자녀 등 가족 4명은 2019년 11월 임시 비자를 발급(인도적인 사유로 인한 기타 체류자격 변경 허가, 자녀는 가족 결합)받아 체류 기간이 연장됐다.

A씨 가족은 2021년 5월 체류 기간 만료 이후 연장을 신청했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테러 단체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같은 해 7월 '테러 단체로부터 받는 신변 위협에 관한 소명자료가 부족하다. 연장 사유가 더 이상 없다'고 불허했다.

재판부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05년 8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14년 2개월 20일 동안 불법 체류를 했는데도 안보 침해 사범 검거 공로를 통해 범칙금 면제·감경 처분까지 받았다. A씨가 주장하는 신변 위협 자료는 본국 치안이 전반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에 불과하다. 즉, 테러 단체로부터 직접적·구체적인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수공로자 인정·신변 보호 조치와 체류 자격 변경 허가가 필요하다'는 A씨 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외정보 중앙기관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일 것 등을 요건으로 하므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외국인의 국내 체류에 관한 사항은 주권 국가 기능 수행에 필수적이므로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또 체류 기간 연장 불허 처분이 추후 A씨 일가족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사증 발급을 제한하는 게 아니다. 향후 적법한 사증을 발급받아 다시 입국할 수 있다"며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재량권을 적절하게 행사했다"고 판시했다.

A씨 가족은 이번 소송 결과에 불복, 항소할 방침이다. 또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 도움을 받아 국민 청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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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