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노선 바꿨다…"단순 사과로 경사노위 복귀 안 해"

'금속노련' 사태로 7년5개월 만에 참여 전면중단
"복귀 조건? 노동자를 대화 파트너로 존중해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 강경 진압 논란으로 격분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단 결정과 관련해 "단순 사과로 복귀할 생각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의 대화에 긍정적이었던 한국노총도 노선을 완전히 바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서게 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금속노련 사태에 대한) 사과와 석방 이런 것들을 복귀조건을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열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지난달 30일 벌어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강제 연행에 분노하며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대정부 투쟁으로 노선변경을 선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양대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은 지난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의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 정책 등에 대한 이견에 더해 지난달 말 금속노련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화보다는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대화의 복귀 조건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대화 파트너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노동존중을 얘기하지만 노동자들의 고통, 죽음, 삶의 질, 인권을 존중해본 적이 있느냐.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제대로 된 정치"라고 강조했다.

정권 내 복귀에 대해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람은 고쳐서 못 쓴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저도 잘 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해왔지만, 타협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해온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 정권 자체에 대한 심판을 하겠다"며 "최소한 노동 문제에 국한해서 비판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앞으로는 국정 전반, 즉 외교나 복지 등 영역에서도 전면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속단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대정부 투쟁)으로 한국노총도 방향을 상당히 틀었다.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저희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경사노위 참여 중단과 달리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활동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은 제일 하층에 있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데 주어진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최임위나 중노위는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기득권 노조'라는 비판에 대해 "노조는 대중조직이고, 정규직으로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귀족처럼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일부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있지만 꼬투리 잡아서 전체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련은 지난해 4월부터 포스코 협력사였던 성암산업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유지 등을 두고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하지만 사건이 장기화되자 김준영 사무처장이 지난달 29일 7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은 같은 달 30일 김 사무처장을 끌어내리려고 시도하던 중 이를 막아서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강제 연행했고, 김 사무처장 역시 머리에 부상을 당한 채 이튿날 체포됐다. 현재 김 사무처장은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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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