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민간단체 33.7%가 '유령단체'…정부, 일제 정비

행안부, 지원법 제정 23년만 첫 전수조사 결과 발표
3771개 등록요건 미충족…2809개 말소, 962개 보완
직권말소 1948개 중 212개, 10년 사이 보조금 수령

비영리민간단체의 33.7%가 실재하지 않거나 활동이 없는 유령단체인 것으로 확인돼 정부가 일제정비에 들어갔다.

또 유령단체의 방치를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등록요건과 운영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2024년 도입하고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한다.



행정안전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같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12월9일부터 올해 5월19일까지 약 6개월 간 진행됐다. 이는 지난 2000년 4월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정 이후 23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다.

중앙부처와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1만1195개 비영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했다. 전체 1만5577개(중앙 1754개, 시·도 1만3823개) 중 최근 3년 이내 자체 전수조사를 벌인 4개(대전·경기·강원·전북) 광역시도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4382개는 제외했다.

중앙부처별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수는 행안부가 284개로 가장 많다. 뒤이어 보건복지부 202개, 통일부 198개, 외교부 188개, 환경부 186개, 문화체육관광부 185개, 여성가족부 115개, 교육부 52개, 고용노동부 50개, 농림축산식품부 43개, 국방부 38개, 해양수산부 32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3개, 산림청 18개, 국가보훈처 16개, 법무부·산업통상자원부 각 12개, 소방청 11개, 공정거래위원회 10개, 방송통신위원회·해양경찰청 각 9개, 국토교통부·경찰청·문화재청 각 8개, 기획재정부 7개, 농촌진흥청 5개, 인사혁신처 4개, 중소벤처기업부 3개, 식품의약품안전처·특허청·질병관리청 각 2개, 국가인권위원회·법제처·국민권익위원회·국세청·통계청·기상청 각 1개 등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2394개로 가장 많았다. 경기 2351개, 전북 1058개, 부산 923개, 경북 907개, 경남 813개, 인천 764개, 광주 705개, 전남 636개, 대전 545개, 충북 507개, 충남 491개, 대구 476개, 제주 425개, 울산 417개, 강원 375개, 세종 36개 순이다.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는 현행법과 지자체 조례 등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공익활동지원사업에 공모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기부 활동에 관한 세제 혜택도 받는다. 현재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예산은 연간 160억여 원 수준이다.

그러나 그간 비영리민간단체의 등록 요건이나 소멸 현황에 대한 파악과 관리·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무분별하게 늘어난 실정이다. 2012년만 해도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1만860개에 그쳤지만 10년 사이 43.4%(4717개)나 증가했다.


조사 대상 단체 중 66.3%인 7424개만이 등록요건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었다.

나머지 3771개(33.7%)는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861개(7.7%)는 자진 등록말소를 했다.

1948개(17.4%)는 서면·현장조사를 통해 주소지가 없거나 실체적 활동이 없는 단체로 확인돼 관할 행정기관에서 직권말소 조치하거나 조치 중에 있다.

962개(8.6%)는 말소를 희망하지 않고 등록 요건을 보완 중이다. 행안부는 이들 단체의 운영 의지와 공익 활동성을 존중해 일정 유예기간 부여하고 등록 요건을 보완하도록 하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권말소 조치를 할 예정이다.

단, 등록이 말소된다고 단체가 소멸하는 것으로 아니며, 공익활동지원사업 공모 자격만 박탈된다.

직권말소 조치 대상 중 공익활동지원사업에 1회 이상 선정된 단체는 최근 3년간 12개, 10년으로 넓혀보면 212개로 파악됐다.

그러나 사업 선정 당시에는 공익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만큼 실체가 없는 유령단체에게 보조금을 지원한 사례는 없다는 게 행안부 측 설명이다.

최훈 행안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은 "보조금을 줄 때(당시)에는 등록을 해놔 실체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호진 행안부 민간협력과장은 "그동안 한 번도 조사를 안했기에 말소 대상이 됐던 단체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말소됐고 실체가 없어졌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면서도 "공익활동사업은 매년 실체를 확인해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정해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선정 당시에는 분명한 실체가 있었던 단체다. 따라서 실체가 없는 단체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례는 없고 시스템적으로도 그렇게 돼 있지 않다"고 덧붙여 전했다.

김 과장은 다만 "구체적으로 매년 조사를 안했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하고 난 후 언제 소멸됐지 알 수 없어 의도적으로 사업만 받기 위해 임의적으로 등록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면서 "최근 3~10년 사이 없어진 단체를 보니 그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봤을 때 보조금을 받고 나서 바로 소멸한 단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행안부는 이런 유령단체의 방치를 막기 위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단체 사무소 소재지를 동일 광역시도 내에서 변경할 때에도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광역시도를 달리한 경우에만 변경등록 신고하도록 돼 있다.

또 비영리민간단체 관리정보시스템(NPAS)을 2024년부터 도입·운영한다. 이 시스템에 증빙서류로 등록하면 행정기관 담당자가 등록요건과 운영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유·무선 또는 서면 조사를 거쳐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요건 확인과 실제 활동 여부를 점검함으로서 비영리민간단체 관리가 효율화되고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비영리민간단체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건전한 성장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