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철수' 저울질 美 스탠퍼드대 연구소, 90억 보조금 먹튀 논란

스탠퍼드대, 산업부 찾아 철수 의향 비춰
인천경제청 "연구소 철수하지 않을 것"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둥지를 틀고 연간 3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오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스마트시티연구소(SCIGC)가 돌연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탠퍼드대학이 일방적으로 연구소 철수를 결정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인천경제청이 이른바 ‘보조금 먹튀’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해외 투자유치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고개를 든다.

◆스탠퍼드대, 5년간 150억원 보조금에도 송도국제도시 내 스마트시티연구소 철수 검토

22일 뉴시스 취채를 종합하면 스탠퍼드대 측은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 연구소를 철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은 당시 산업부에 이 같은 의견을 공유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탠퍼드대의 철수 결정에 대한 공식적인 배경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역 대학가에서는 미국과 다른 국내 행정 절차 등으로 운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철수를 고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보조금 사용 용도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올해 보조금 10%을 삭감한 산업부 방침에 반감을 가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스탠퍼드대 스마트시티연구소는 지난 2021년 6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글로벌캠퍼스에서 문을 열었다. 연구소는 스마트시티 기술의 효율적인 적용을 위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세계적인 지속가능한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을 놓는다는 명분을 내걸고 문을 열었다.

당시 연구소는 산업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비 75억원(연간 15억원), 시비 75억원(연간 15억원) 등 5년간 150억원의 보조금을 확보했다.

2021년에 개소한 연구소는 올해 산자부의 10% 보조금 삭감을 고려하더라도 3년 동안 총 90억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셈이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인천경제청은 스탠퍼드대 달래기에 나섰으나, 연구소 철수가 결정되면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구소 설립 협약을 체결 할 당시 스탠퍼드대의 일방적인 철수 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조항이 빠졌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스탠퍼드대의 철수 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질의했을 때, 인천경제청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13일 미국 스탠퍼드대를 직접 찾아 협의를 진행한 것도 철수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경제청이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소의 잔류 설득에 실패하거나 87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환수하지 못한다면, 퍼주기식 해외 투자유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천경제청 "스탠퍼드대, 연구소 철수 없어…한국 떠나면 보조금 반환 신청 할 것"

인천경제청은 스탠퍼드대 연구소가 철수할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미국 출장을 통해 대학 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을 공유했고, 외국 대학교 특성상 국내 행정 절차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소가 철수하더라도 협약서를 근거로 보조금은 환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협약서에 첨부된 ‘외국교육·연구기관 유치지원 국고보조사업 운영요령’에 따라 스탠퍼드대 연구소가 철수하면 그동안 지급된 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고보조사업 운영요령 제13조(사후관리) 4항에는 보조금을 지급받은 외국교육·연구기관 등이 협약 및 약정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요구, 시정명령, 지원자금 환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뉴시스에 제시한 근거자료에는 스탠퍼드대가 5년 동안 국내에 머물러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없어 이마저도 법적 효력이 발휘될 수 있는지는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다.

김종환 인천경제청 투자유치사업본부장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철수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듣고 왔다”며 “만일 대학측에서 최종 철수 결정을 한다면 법적 대응과 보조금 반환 청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외국 학교나 연구소가 국내 행정 절차에 적응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외국계 대학(연구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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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