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전선 영향으로 광주·전남에 이틀 동안 최대 274.6㎜ 폭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70㎜ 넘는 강한 비로 주민 1명이 실종됐다. 곳곳이 물바다로 변해 공공·사유 시설 파손과 농작물·주택·도로·상가 침수가 잇따랐다.
◆ 274.6㎜ 최대 강수량, 시간당 70㎜↑ 폭우
28일 광주시·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정오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광주 274.6㎜, 담양 봉산 217㎜, 화순 북면 207.5㎜, 보성 197.9㎜, 함평 196㎜, 나주 185.5㎜, 곡성 184.5㎜, 여수 170.4㎜다.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함평 71.5㎜(27일 오후 9시 4분~10시 4분), 광주 서구 풍암동 56.5㎜(27일 오후 9시 43분~10시 43분), 고흥 도화 55.5㎜(28일 오전 2시 19분~3시 19분)를 기록했다.
이날 보성에서 관측된 최대 일일 강수량(139㎜)은 역대 6월 강우 기록(2018년 6월 28일 112㎜)을 넘어섰다.
전날 광양(49.6㎜)과 광주(북구 운암동 공식 관측 지점 54.1㎜)의 시간당 강수량도 역대 기상 관측 기록을 갈아치웠다.
광주·전남에 내려진 호우 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다만, 장맛비가 29일~30일 사이 100㎜~250㎜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지반이 약해진 상태인 만큼, 호우 피해 예방에 주력해달라"고 당부했다.
◆ 수리 시설 관리원 안타까운 실종
27일 오후 10시 32분께 전남 함평군 엄다면에서 60대 수리 시설 관리원이 실종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 중이다. 관리원은 폭우로 불어난 하천 수문을 열려다가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5시 30분께 광주 북구 망월동 석곡천 제방 50m가량이 불어난 물에 유실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날 오전 3시 40분께 광주 동구 증심천교의 범람 우려로 주변 6가구 12명이 친척 집 등으로 대피했다.
이날 오전 2시 53분께 동구 소태동 한 마을 나무가 쓰러져 5가구 주민 12명이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전날 오후 11시께 곡성군 죽곡면 산 쪽에 거주하는 주민이 소방 당국에 의해 안전지대로 옮겨졌다. 광양·순천·무안에서도 5가구 주민 5명이 대피했다가 귀가하거나 친인척집에 머무르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49분께 광주 북구 일곡동 한 건물 옥상 문을 열던 50대 남성이 "번개를 맞았다"고 신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 '무너지고 잠기고' 곳곳 피해 속출
공공·사유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 32분께 광주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 뒤편 옹벽이 무너지면서 정밀 안전 진단 중이다.
광주 제2순환고속도로 각화나들목 진출입 구간 경사면 일부 토사가 유실돼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광주 북구 풍향동 일원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6공구 정거장이 침수됐고, 인도 일부 구간도 내려앉았다. 동구 조선대 치과대학 앞 도로에선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되메우기 작업 중이다.
광주송정역사 주차장도 개장 한 달 만에 1층·2층·6층에 물이 차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서구 매월동 농수산물유통센터와 화정동 주택가, 북구 동림동 죽림지하차도, 광산구 우산동 아파트 등지에서도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동구 계림동·서구 금호동 공동 주택에선 변압기 낙뢰 화재 등으로 전기 공급이 끊겼다 복구됐다.
광주에선 폭우에 따른 안전 조치 185건이 이뤄졌다. 배수 작업 153건, 배수 지원 12건(92t), 가로수 쓰러짐 11건, 외벽 무너짐·낙뢰 피해 각 2건, 감전·전신주·도로정비·옹벽 무너짐·농로유실 각 1건으로 집계됐다.
전남 농경지 1858㏊(벼 1829㏊·콩 29㏊)도 침수됐다. 지역별 침수 면적은 나주 486㏊, 보성 415㏊, 고흥 307㏊, 곡성 154㏊, 여수 145㏊, 장성 125㏊, 함평 85㏊다.
곡성에선 이날 오전 5시4분께 축사 축대가 무너지고 양식장이 침수됐다. 함평에선 어선 2척과 주택 8곳이 침수됐고, 여수·고흥·나주에서도 도로·주택·시설물 침수와 정전, 통신 장비 파손이 이어졌다. 전남 안전 조치는 106건이다. 주요 상습 범람 우려 지역(하천, 복개상가, 탐방로) 통행도 통제 중이다.
◆밤잠 설친 주민들 "상습 침수 예방 근본 대책 마련해야"
하천 범람 위기를 맞았던 광주 북구 석곡천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들은 하천변 시설물 점검을 강조했다.
새벽에 나무가 주택을 덮친 동구 소태동 일대 주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 주민은 지난 2020년에도 폭우에 쓰러진 소나무가 안뜰을 덮치는 피해를 내 야산 주인과 보상 협의를 했었다면서 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구 화정동 상습 침수 지역 주민·상인들도 "전날 비가 온다는 소식에 소형 양수기를 골목 입구에 비치하고 모래 주머니를 상가 입구에 높게 쌓았지만 시간당 50㎜의 몰아치는 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촘촘한 안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폭우로 천장에 물이 새면서 상품이 젖어 발을 동동 구른 양동시장 상인들도 노후화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전남도는 호우 피해 상황 파악과 복구 작업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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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완도 / 김일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