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러시아인 대북제재 최초 지정…대북 교역액 최소 '100억' 추정

금융 관련 혐의 받고 러시아 국적 취득
통기름·밀가루 중개…블라디 교민 교류
조선무역은행 '서명'과 합작회사 설립

정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여 북한 정권을 위해 활동해 온 과거 한국 국적자였던 러시아인 '최천곤(1957년생)'을 28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천곤이 소유하면서 대북 제재 위반 활동에 이용해 오고 있는 회사 2곳과 북한인 조력자 1명도 함께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번 제재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9차례에 걸쳐 개인 45명과 기관 47개를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게 됐다.

최천곤은 당초 한국 국적자였으나, 국내에서 금융 관련 범죄 혐의 조사 중 해외로 출국했다. 그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이후 불법 금융 활동, 대북 합작투자 등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해왔다.

최전곤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 활동 이외 여타 사업도 해당 지역에서 진행 중이며, 국내에도 접점이 있고 블라디보스토크 교민들과도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당국은 그가 우리나라 은행과 금융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천곤은 대북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9년 1월 몽골을 방문해 위장회사 '한내울란'을 설립하고 은행계좌를 개설해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해 왔다. 몽골 측이 해당 회사를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북한 위장 회사로 추정하던 중, 다량의 외화송금 시도가 있어 조사해 보니 수신자 주소가 북한 대사관과 일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내울란의 대북교역액은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통기름과 밀가루 등도 중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천곤은 이 중 일부 수수료를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천곤은 안보리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표 '서명'과 공동 투자 형식으로 무역회사 '앱실론'을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 해당 회사는 자동차 부품과 목재 등을 다루는 무역회사로 등록됐다. '서명'이 소속된 조선무역은행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앱실론은 대북제재 회피 목적인 법인으로 추정되고,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합작회사와의 투자는 금지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정부는 최천곤과 서명 등 개인 2명과 한내울란(몽골), 앱실론(러시아) 등 기관 2개를 독자제재 추가 지정했다.

최천곤에 대한 제재 지정은 외교·정보·수사 당국이 긴밀히 공조해 우리 정부가 한국계 개인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첫 사례다.

외교부는 "최천곤이 불법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동인의 국내 금융망에 대한 접근 차단을 통한 대북 제재 위반 활동을 제약하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한다"며 "나아가 최천곤이 제재 회피를 위해 설립한 회사와 조력자까지 포괄적으로 지정하여 제재 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환거래법'과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이번 금융제재대상자로 지정된 대상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최천곤과 금융 거래를 했던 우리 교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제재 관련 러시아 당국과 소통했냐는 질문에 "외국 정부와 소통한 것은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러시아와도 한-러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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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