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먹통도 모자라 도서 검열까지…울산 교사들 "가뜩이나 바쁜데"

국힘 조경태 의원실 '도서 보유 현황' 요구에 불만 고조
"기말고사 기간인 데다 나이스 시스템 오류 해결 안돼"
전교조 "학교를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나…즉각 중단"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전국 학교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대정치사 인물 관련 도서 보유 현황'을 요구하자 울산지역 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도서 보유 현황 파악은 학교 도서 검열이자 정치적 압박이라고 반발하는 동시에 4세대 나이스(NEIS) 시스템 오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전교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실은 지난 27일 전국 고교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대정치사 인물 관련 도서 보유 현황’을 요구했다.

공문에는 박원순, 손석희, 문재인, 이승만, 박정희 등을 포함한 10명의 인물과 ‘세월호’, ‘새마을운동’과 같은 단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현재 고등학교는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보유현황 파악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정부(교육부)의 4세대 나이스의 개통에 따른 오류로 교육부에서 기말고사의 원안을 수정하라는 공문을 처리하느라 학교 현장이 혼란스럽다는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나이스 문제를 해결하느라 교사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며 “특히 울산 고교 80% 정도는 사서교사가 아닌 일반교사가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어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 “조 의원은 자신의 개인적 단순한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들의 노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도서보유현황 파악이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학교 도서 검열을 이용해 학교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자료집계 목적에 관해 요구자료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지만 ‘단순확인용’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정희, 박원순, 문재인, 윤석열, 세월호 등 정치적 성향에 관한 의도된 질문임이 분명한데도 단순확인용이라고 의도를 감추는 모습을 보였다”며 “학교에서 요구하는 자료집계는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함에도 불구 조 의원은 ‘도서 검열’의 정치적 의도를 담아 학교를 압박했다”고 규탄했다.

전교조는 “도서 구입 절차를 거친 학교 도서의 선택권은 이용자인 학생들에게 있다. 고등학생들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도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옥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나이스 시스템 오류로 학교 현장이 어수선 한 상황에서 도서 현황파악까지 해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학교를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즉각 멈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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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