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남편 소유 건물 임차료 교비로 지급
딸과 함께 교비로 법인카드 횡령한 혐의도
1심, 교장 징역2년 선고…법정구속은 면해
일가족간의 부정한 거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을 통해 수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미술고등학교 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남편과 딸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각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미술고 교장 A(79)씨에게 지난달 27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학교가 소속된 학교법인 재단의 이사였던 남편 B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서울미술고 방과후학교 운영을 총괄했던 딸 C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 선고했다.
A씨는 1984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미술고 교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B씨 소유의 건물 지하 창고를 학교 사료관으로 운영하겠다는 명목으로 임차한 뒤 그 임차료 1억3000여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단 소유의 건물 1층을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면서 교비회계에서 6000만여원을 지출해 수리하고, 집기류 등을 구입한 뒤 B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무실로 이용한 혐의도 받는다. 해당 회사 직원의 급여 2500여만원을 교비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C씨는 2016년부터 이듬해까지 학교 명의로 발급된 법인카드로 총 5100여만원을 식료품비 등 사적인 목적으로 결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카드 결제대금을 교비회계에서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A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식품제조·가공업체로 정식 등록되지 않은 아들의 영농조합으로 하여금 김치 약 7000㎏을 제조해 납품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채 판사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교의 지도부가 오히려 학교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질책했다.
또 "관련 행정소송 사건의 판결 확정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8년 서울미술고는 재단 비리 등을 이유로 자율학교 지정이 취소됐고, 이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 역시 기각된 바 있다.
다만 채 판사는 실형을 선고한 A씨에 대해서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고려하면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어 보인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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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