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암투병 어머니 부양으로 모두 병역 감면 되지 않는다"

인천지법, 병역감면 신청 거부는 정당해
"이부형제에게 어머니 부양할 능력 있어"
"입대 미룬 9년간 생계 대비할 기회 충분"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의 부양을 이유로 20대 남성이 낸 병역감면 신청에 대해 병무청이 이부형제의 부양능력을 고려해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3부(부장판사 고승일)는 음악가 A(29)씨가 "병역감면을 거부한 처분과 현역병 입영 통지 처분을 모두 취소해 달라"며 인천병무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이부형제 B씨도 친자로서 민법상 부양 의무자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B씨는 390만원 상당의 월수입을 얻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어머니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A씨도 어머니를 상시 간병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부형 B씨가 어머니에 대한 부양을 지속하지 않더라도 어머니가 받을 사회적 지원이 이뤄지면 생계유지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난 9여년간 재학생 입영 연기, 대학 편입 예정, 자격시험 응시, 학점은행제 수강 등으로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 최대 연기 일수 2년(730일)을 모두 소진했다"면서 "더는 입영 연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계유지 곤란을 사유로 병역감면 신청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는 대학 졸업 후 현재까지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수입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상 초기에 입영한 것에 비해 현역병 입영 전까지 어머니의 생계를 지원하거나 대비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봤다.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재병역판정검사 결과 신체등급 2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후 A씨는 지난해 4월 인천병무지청에 생계유지 불가 사유로 병역감면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인천병무지청은 생계곤란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9월 '이부형제 B씨도 친자이고 근로능력이 있는 점, 친모가 B씨 명의의 사업을 운영하고 금융계좌를 이용하는 점 등 사실상 생계곤란으로 볼 수 없다'며 심의위원 7명 만장일치로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같은달 A씨에게 2022년 10월25일 현역병으로 입영하라고 통지했다.

그러자 A씨는 병역감면 거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고, 이 처분이 적법함을 전제로 한 입영 처분도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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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