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1억 원…'제3자 변제' 배상금 공탁 절차 알려지자 급증
'제3자 대위 변제' 해법을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 모금 운동이 펼쳐진 지 닷새 만에 성금 1억 원이 모였다.
특히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판결 배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 공탁 절차에 나선 전날을 기점으로 모금 운동에 불이 붙었다.
4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제3자 변제 배상을 거부한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시민 모금이 시작된 지난 달 29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닷새간 모금액은 1억 306만2062원(1401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서 전날 오후 6시까지 모인 성금 규모는 208건, 5420만 9096원으로 밤새 2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시민모임은 전날 외교부가 배상금 공탁 절차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른 전날 오후 6시 전후로 모금이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불과 18시간 사이에 1193건, 4885만 2966원이 모인 것이다.
더욱이 해외 모금은 아직 집계되지 않아 현재 모금 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시민모임 측은 "정부가 제3자 대위 변제를 통한 돈을 받지 않고 있는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원고들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한 데 실망한 시민들의 분노가 모금 급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동원 배상 소송 피해자 2명(양금덕·이춘식)과 사망 피해자 유족 등에게 지급 예정이던 '판결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잇따라 정부의 공탁 절차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광주지법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위자료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양금덕(94) 할머니에 대한 정부의 배상금 공탁을 불수리 결정(받지 않음)했다. 민법 469조 규정 등에 근거해 양 할머니가 거부 의견서를 제출한 점을 감안한 판단이다.
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손해배상 채권을 보유한 이춘식(102)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도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려했다.
전주지법 역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 박해옥 할머니(1930~2022) 유족에 대한 공탁을 반려했다. 공탁관은 박 할머니의 별세로 상속인(유족)에게 공탁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민모임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민법 469조에 따라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3자는 변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며 "정부의 공탁 절차는 위법하며 당연 무효다. 정부는 불의한 꼼수 부리지 말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절차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30년 넘게 싸워 왔던 것은 단순히 우리 정부로부터 돈 몇 푼을 받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고 무고한 조선인·어린 소녀들의 인권을 침해한 전범기업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죄를 받자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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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외전남 / 손순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