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서 찾은 'RNA 안정화 서열'로 바이러스 퇴치

IBS, 바이러스에서 RNA 안정성·단백질 생산 증가시키는 서열 발견
가장 효과가 뛰어난 서열 찾아내 'K5' 명명
mRNA 백신 등 유전자치료제 성능 향상 기대, 국제 학술지 게재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RNA 염기서열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돼 바이러스를 이용한 바이러스 퇴치 가능성이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 연구팀이 수백 종의 바이러스 RNA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대량 시퀀싱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RNA 염기서열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단은 RNA 치료제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서열을 'K5'로 이름 붙였다.

이번에 김 단장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갖는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에 기여하는 조절 서열을 찾기 위해 인간에게 감염된다고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 RNA 서열 정보를 모은 뒤 모든 바이러스를 대표할 수 있도록 편향되지 않은 선별기준을 적용해 143종의 대표 바이러스 서열을 선별했다.

또 선별된 바이러스 서열을 동일한 길이(130개 뉴클레오티드)로 잘라 3만여 개의 절편을 만들고 세포에 넣어 각각의 바이러스 서열들이 RNA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는 다수의 조절 서열을 찾아냈고 RNA 안정화와 단백질 생산 모두에 기여하는 16개의 서열을 정리했다.

이어 이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서열을 찾아내 'K5'라고 명명하고 이 서열에 대해 상세히 분석했다.

K5는 에이치바이러스(Aichivirus)의 3말단 쪽에 위치한 서열이다. 에이치바이러스는 코부바이러스(Kobuvirus) 속, 피코나비리데(Piconaviridae) 과에 속한 바이러스로 단일가닥 RNA를 가진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지만 약한 장염 정도만 일으키는 병원성을 갖고 있어 거의 연구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K5 조절 서열이 ZCCHC2-TENT4 단백질 복합체를 이루는 TENT4 단백질을 이용해 RNA에 혼합꼬리를 생성, RNA가 분해되지 않고 단백질을 많이 생산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혼합꼬리는 분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RNA 안정화에 기여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K5는 두 개의 헤어핀(hairpin loop)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ZCCHC2-TENT4 단백질 복합체가 K5 서열에 결합하게 되면 TENT4 단백질이 바이러스의 아데닌 꼬리 부분에 혼합꼬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 혼합꼬리로 인해 RNA 분해 속도가 줄어 RNA 안정성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K5 서열을 유전자 치료에 사용하는 바이러스 벡터에 삽입하는 실험을 통해 K5 서열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는 DNA나 RNA와 같은 유전물질을 세포나 생체에 주입키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발된 운반체로 유전자 치료나 백신에 이용된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바이러스 벡터의 유전자 전달 효과가 크게 증가했다"며 "또한 mRNA 백신에 삽입하면 mRNA가 안정화되고 오랫동안 많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K5 서열을 활용해 RNA 치료제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학 분야 권위지 '셀'(Cell, IF 66.850)에 6일 온라인 게재됐다.(논문명:Functional viromic screens uncover regulatory RNA elements)

김 빛내리 단장은 "바이러스 RNA의 K5 서열은 RNA의 안정성과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K5 서열을 이용해 mRNA 백신과 유전자치료제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경미한 바이러스라도 향후 심각한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으므로 이번 연구처럼 다양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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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