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폭력 70대 父, 순찰차 호송 중 '음독사'…"경찰, 매뉴얼 어겨"

전북 완산경찰서 가정폭력 현장에 3개팀 출동
1개팀 피의자 현행범 이송 중 매뉴얼 어겨 감찰조사

가정폭력사건 조사를 받던 70대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는 등 초동조치를 허술하게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39분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의 주택에서 가정폭력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삼천지구대에서 경찰차 3대(2인 1조)가 출동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A(50세)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현장에는 B(77)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있었다.

A씨와 B씨는 아들과 아버지 사이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분리조치하고, 1개 팀은 다친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남아있던 지구대 1개팀은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관할 지구대로 이송했다. 남은 1개팀은 현장에서 증거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를 순찰차로 이송하던 도중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갑을 채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뒷좌석에 B씨를 태운 후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지구대원이 함께 타야하지만 조수석에 탑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B씨는 품속에 숨겨둔 독극물로 음독을 시도했다.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지역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 24조(상황근무) 1항 3은 지구대·파출소 직원은 요보호자 또는 피의자에 대한 보호·감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같은 규칙 제25조(순찰근무) 3항 2와 3은 각종 사건사고 발생시 초동조치 및 보고, 전파해야하며, 범죄 예방 및 위험발생 방지 활동을 해야한다. 4항 1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면밀하게 관찰하도록 되어 있으며, 3에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 및 경계를 철저하게 하도록 되어 있다.

즉 사건현장에서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보호와 감시를 해야하고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경계를 해야함에도 초동조치에 소홀히 한 셈이다.

경찰은 즉시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발생 당시 피의자가 고령이고 큰 저항도 없어 수갑 등을 채우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현장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색등도 해야하지만 이런부분이 미흡했었던 것 같다"고 초동조치 미흡에 관한 부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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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사회부 / 유성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