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직무유기죄 법정 최고형 구형
2021년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관련, 부실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들에게 검찰이 직무유기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판사 이주영) 심리로 열린 1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A(49) 전 경위와 B(25·여) 전 순경에게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건물 밖에 있던 3분17초간 피해가족들은 안에서 가해자와 격투를 벌였다"면서 "프로복싱 한 라운드가 3분인데 그 시간 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음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당시 권총과 삼단봉을 소지했고 유리를 깰 장비까지 있었는데 왜 현관문을 깨고 들어가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이 일반 사회인으로서 받았을 정신적 충격이 큰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 사건으로 2명이 중한 상해를 입고 트라우마까지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국가기관이 눈앞에서 범행 현장을 외면한 이 사건만큼은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직무유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A 전 경위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순간적으로 1~2초 사이에 동료 경찰관에게 상황을 물어보며 따라 내려간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피고인의 의도적인 직무유기로 인한 것이 아니니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B 전 순경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어릴 때부터 바라던 경찰관이 됐으나 수습도 못 뗀 채 해직됐고, 정신적 타격과 함께 피해가족으로부터 수십억대 소송을 당했다"며 "이제 사회에 발을 들인 피고인이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회의 보탬이 될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진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A 전 경위는 "결코 직무를 포기하거나 피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B 전 순경은 "당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내려간 제 행동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이고 반성한다"면서도 "이후에는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사건 당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그날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있다"며 "재판장님께서 제 사정을 헤아려 용서하고 선처해주시면 제 행동에 더 책임감을 갖고 살겠다"고 강조했다.
A 전 경위 등의 선고공판은 9월21일 오후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A 전 경위 등은 2021년 11월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논란이 일었다.
같은달 경찰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 경찰관에게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각각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후 A 전 경위 등은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지난해 3월 기각됐다. 또 같은해 8월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6일 기각됐다.
해임은 경찰공무원 징계 가운데 파면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다. 해임 처분을 받을 경우 3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경찰은 또 지난해 5월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해 12월 검찰은 직무유기 혐의로 A 전 경위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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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