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가린 노조' 벌금 파기…대법 "촬영 당하는 것, 기본권 침해 될 수도"

회사, 공장 내·외부 비추는 CCTV 총 51대 설치
노조 "근로자 감시하기 위한 것" 비닐봉지 씌워
1심과 2심 "근로자 감시로 보기 어려워" 벌금형
대법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중대한 제한 될 수도"

도난과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공장 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행위가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국금속노조 A사지회 간부 B씨 등 3명의 상고심에서 각 벌금 70만원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지난 2015년 8월께 자재 도난 피해와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공장 내부에 CCTV를 설치했다.

해당 CCTV는 총 51대로 이 가운데 32대는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됐고, 나머지 19대는 공장 내 주요 시설물과 출입구에 설치됐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 측이 근로자 동의나 협의도 없이 CCTV를 설치한 것은 부당하며,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4차례에 걸쳐 검정 비닐봉지를 CCTV에 씌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회사가 안전 및 시설물 관리 등의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보이고 단지 근로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CTV 촬영은 회사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 범위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도 "회사의 업무 자체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장 내부를 비추는 일부 카메라가 근로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개인정보 수집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돼야 하므로 그 요건은 가급적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며 "직·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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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