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에 몰래 화학재료 쓴 단청 장인…손해배상 감액

2008년 소실 후 복원 중 화학재료 사용
1심 "원칙 어겨 손해 …9억여원 배상하라"
2심 "의견 배제된 건 맞아…8억원만 지급"

숭례문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전통 방식이 아닌 화학재료를 사용해 재공사로 이어지게 한 것으로 조사된 홍창원 단청장과 그 제자가 국가에 수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다만 문화재청에 공사 관련 의견을 냈으나 배제됐다는 홍 단청장 등의 주장이 추가로 받아들여지면서 배상액은 다소 줄어들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정부가 홍 단청장과 제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14일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피고 측 항변을 일부 받아들여 1심 판결보다 적은 8억2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숭례문은 2008년 2월 방화로 인해 2층 주요 부재의 90%가 소실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12월 단청 장인인 홍 단청장에게 복원 공사를 맡겼다.

본격적인 공사는 2012년 8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됐다. 당시 전통방식을 채택할 경우 아교가 굳는 문제로 채색에 시간이 소요되고 채색한 부분이 두꺼워져 탈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논의 끝에 전통기법대로 숭례문을 복구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홍 단청장은 몰래 화학재료를 섞어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자들도 홍 단청장이 제조한 혼합 재료로 단청을 복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구공사가 끝난 지 불과 한 달이 지난 2013년 3월부터 숭례문에는 단청 박락 등 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채 같은 해 5월 숭례문을 대중에게 다시 공개했다.

홍 단청장이 전통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숭례문을 복원한 것은 이후 감사원 감사와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홍 단청장 등에게 재공사 비용에 해당하는 11억8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홍 단청장 등은 재판 과정에서 화학재료 사용으로 인해 단청 박락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심은 홍 단청장 등이 문화재청이 원칙으로 정한 '전통방식으로의 복원'을 어겨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전통재료로 시공된 부분에서도 단청 박락이 발생한 점, 홍 단청장이 관련 회의에서 화학재료 사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 범위는 80%로 제한, 국가에 9억4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홍 단청장 등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단은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홍 단청장이 관련 회의에서 화학재료 사용을 건의한 것뿐 아니라, 문화재청이 이 의견을 배제하고 전통 방식에 따른 단청 공사를 강행했다는 점까지 추가로 인정하며 손해배상액을 일부 감액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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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