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수해 현장, 집 잠기고 도로엔 키우던 ‘소’ 널브러져
비 멈춘 17일, 집 갔지만 온통 흙투성이 청소 혼자서 ‘막막’
“이놈의 비가 이젠 그만 내려야 집에 가서 필요한 물건이라도 챙겨오는데, 통행금지라 대피소에 이틀째 이러고 있어요”
충남 청양지역에 지난 13일부터 500㎜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오갈 곳이 없어진 군민들은 청남중학교 대피소에서 17일 취재진에게 하소연했다.
60대 여성은 “여기 40년을 살았는데 살다 살다 이런 난리는 처음으로 15일과 16일 이틀간 내린 비로 인해 우리 집과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며 “집이 다 떠내려가서 걱정이다. 키우던 반려견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몸만 빠져나왔으며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푸념했다.
이어 “다른 분들은 비가 수그러들어 집에 가서 복구하고 필요한 것도 찾는 등 대피소를 떠났지만, 우리는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집에 가봤자 건질 것도 없겠지만, 통제가 빨리 풀려 (집에) 가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청양군 인양리에는 침수된 집과 무너진 농가를 복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지만, 모두 막막함 속에 한숨만 가득했다.
60대 여성은 “그저(15일) 정오에 마을 방송에서 제방이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고 윗 마을로 피신 갔다가 어제(16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며 “물이 창문 끝까지 차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여기 시집온 지 40년이 됐는데 이런 적은 처음으로 어제(16일) 오후 5시까지도 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지금 겨우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언제 다 할지 막막하다”며 손에 걸레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며 말했다.
물이 잠겼다 빠진 집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화장실은 형체만 간신히 남았고 물에 젖은 가구와 옷들은 곳곳에 널브러지고 대형 냉장고는 가로로 쓰러져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무너진 제방 인근 농가 피해가 극심했다. 집 안은 온통 진흙투성이인데다 비로 물을 가득 먹어 집 자체도 위태로워 보였다. 얼마 전까지 농작물을 기른, 비닐하우스 철근은 휘어져 물속에 잠겼다.
무너진 제방 인근에 있는 농가는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었고, 일부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잠겨있었다.
많은 소가 죽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소들은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경찰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인계됐다.
평생 마을에서 살았다는 70대 남성은 “이런 난리가 60년 전 제방 붕괴 이후 처음이다. 비닐하우스도 끝까지 잠기고 기르던 소들도 다 죽었다”며 “오늘(17일)부터 복구작업을 시작하는데 하루빨리 정부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한숨 쉬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홍수가 나자 정치인들이 앞다퉈 현장을 방문해 사진 찍고 설명만 듣고 가면 무엇을 하나, 진짜 도와주는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한편 충남 청양군에서는 지난 13일부터 17일 자정 기준 500㎜가 넘는 비가 퍼부었으며 비로 1명이 산사태로 매몰 사망했다. 또한 지난 15일, 0시 34분께엔 목면 치성천 제방이 붕괴하면서 인근에 있는 축사와 농경지,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청양군에 따르면 치성천 제방 붕괴로 16일 오후 5시 기준, 한우 2800마리 및 돼지 4100여 마리가 폐사했고 양식장과 농경지 유실·매몰 면적은 약 270㏊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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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