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 정체불명 국제 우편물 의심 신고 잇따라
전북 4개 시군에도 정체불명 우편물 배송…군경 조사
인천서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33건 신고…인명피해 없어
지난 20일부터 울산을 시작해 전국 각지에 정체불명의 소포가 발송됐고 이를 열어본 시민이 호흡곤란, 마비,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소포는 노란색 혹은 검은색 포장지에 ‘CHUNGHWA POST’가 쓰여 있는 게 특징이다. 발신지는 대부분 ‘P.O.Box 100561-1003777, Taipei Taiwan’로 돼 있다. 발신지가 말레이시아나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으로 표시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포 안에는 냄새가 없는 반죽 형태의 물체나 화장품 모양의 물건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날 오후 12시30분께 울산 동구 서부동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원장 등 3명이 관련 소포를 열어보고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접수한 문제의 소포들을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넘겨 정밀 성분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간이 조사 결과 폭발물이나 방사성물질 등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신고가 시차를 두고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유해물질 의심 해외 발송 우편물 관련 신고 빗발
2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모두 80건 유해물질 해외 우편물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후 6시 11분 평택시 지산동 송탄우체국에서 의심 우편물 신고가 접수됐다.
또 오후 4시 5분 용인 소재 공장에서, 오후 3시 9분에는 안산 소재 한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이외에도 수원 서수원우체국, 안산 마트 등 경기지역 곳곳에서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도 유해물질 의심 우편물이 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과 소방이 확인 중이다. 이날 오후 5시 1분께 의정부시 신곡동 의정부우체국에 대만발 유해물질 의심 우편물이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 신고에 이어 1시간여 사이 고양시 덕양구와 일산서구, 포천, 동두천, 양주 등에 있는 우체국에서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다.
◆인천 부평구 이어 강화군, 계양구, 남동구...'독극물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발견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까지 인천지역에 접수된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관련 신고는 총 33건이다. 소방당국은 경찰과 군당국에 각각 6건, 2건을 인계한 상태다. 또 14건은 오인 신고인 것으로 파악했고, 11건은 우편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재 신고가 폭주해 119종합상황실의 인력을 증원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다"면서 "의심 우편물 발견 시 즉시 119에 전화 또는 문자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26분께 인천 부평구 부개동 한 주택에서 한달 전 테러 의심 우편물이 배송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뉴시스 7월21일자 단독보도).
해당 우편물은 대만에서 배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낸 사람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날 오후 3시30분께 강화군 한 우체국에서도 직원이 "대만에서 보낸 이상한 우편물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 오후 5시30분께 계양구 작전동 한 아파트에서, 오후 6시12분께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에서 독극물 우편 의심 신고가 각각 접수됐다. 이 밖에도 계양구의 우체국과 효성동 빌라, 남동구 한 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접수됐다.
◆광주·전남·전북지역, 군·경·소방 확인 중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52분께 광주 서구 유촌동 한 식당에서 "한 달 전쯤 영어로 쓰인 소규모 해외 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전남에서도 대만발 유해 물질 의심 우편물 관련 신고가 광양·목포·무안·담양·순천·해남 지역 등에서 13건 접수됐다.
경찰특공대와 소방, 군 당국은 현장에서 주변을 통제하고 관련 우편물을 확인하고 있다.
또 이날 전주와 완주·순창·진안 등에서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소포가 배달됐다는 내용의 신고 4건이 접수됐다. 육군 35사단과 경찰은 소포를 수거해 내용물의 성분을 조사할 예정이다.
◆대전 동구, 충남 청주시에서도 비슷한 신고 시차 두고 잇따라
오전 11시18분께 대전 동구 주산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테러 의심 우편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군부대, 화학물질안전원, 금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를 통해 테러 의심 우편물을 수거했다.
또 오후 5시30분께는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한 주택에서 대만발송 테러 의심 우편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서도 유사 소포 배달 신고…국방과학연구소, 정밀 분석 작업 예정
제주도와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0분께 제주시에 거주하는 C씨가 "수상한 소포를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지난 11일 오전 8시 50분께 주거지 1층 우편함에서 이 소포를 발견한 뒤 뜯어 투명 지퍼백에 담긴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튜브형 용기 2개를 확인한 후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나 이후 울산 장애인복지시설 소포 관련 보도를 접하고 해당 소포를 꺼내 인근 지구대를 방문해 신고했다.
제주도는 경찰과 소방, 군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가 폭발물과 방사능, 화학물질, 생화학 검사를 했으며 그 결과 모두 음성 또는 불검출로 나타났다. 현재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이 소포를 임시보관 중으로 조만간 국방과학연구소가 정밀 분석 작업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우체국과 송파우체국, 중구 명동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의심 소포 발견
서울 서초경찰서 등은 대만에서 배송된 수상한 소포가 서초우체국에 보관돼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이날 오후 2시께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 특공대 확인 결과 소포 내용물은 냄새가 없는 반죽 형태의 물품으로 폭발물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정확한 성분 분석을 위해 군이 소포를 회수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서초우체국 직원과 이용객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다.
명동 중앙우체국에서도 이날 오후 4시50분께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특공대가 출동하고, 소포가 발견된 층을 폐쇄하고 내부에 있던 시민들을 대피 시켰다. 경찰은 검체를 수거해 안전 여부를 검사한 뒤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통제를 해제할 방침이다.
오후 5시20분께는 은평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두 곳 모두 소포가 개봉되기 전 발견돼 불상사가 발생하진 않았다.
경찰은 접수한 문제의 소포들을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넘겨 정밀 성분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간이 조사 결과 폭발물이나 방사성물질 등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브러싱 스캠이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아무에게나 발송한 뒤 수신자로 가장해 상품 리뷰를 올리는 식으로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를 뜻한다.
파장이 커지자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국내에 반입된 유사한 유형의 우편물은 안정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사한 우편물을 수취하신 분은 개봉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서나 112로 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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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