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제방, 금강유역환경청·행복청 '점용허가' 두고 다른 소리 '쟁점'
수사관 9시간째 '광역도로과' 집중… 컴퓨터·휴대전화·메모 등 확보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 관련,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9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검찰수사본부는 24일 오전 9시 15분께 청주지검 소속 수사관 7~8명을 행복청이 있는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로 보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행복청이 압수수색을 받은 건 지난 2021년 3월, 당시 전 행복청장과 직원 등이 국가산업단지 인근 부지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를 받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하차도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임시제방'을 관리-감독하는 부서인 시설사업국 '광역도로과'에 집중됐다. 해당부서는 충청권 광역교통개선대책, 광역교통시설 건설·사업 보상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해당부서 직원에 따르면 "검찰 수사관들이 시설 담당자 컴퓨터에 있는 파일 등을 일일이 복사하면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일부 직원은 휴대전화와 관련 서류는 물론 메모까지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예상 밖으로 길어지는 압수수색에 행복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행복청 직원은 "압수수색에 당연히 협조하며 사실 확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고 전했다.
행복청의 압수수색은 임시제방 부실 여부와 기존 제방 해체 시 관할 청인 금강유역환경청에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제방 부실 관련 의혹에 행복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궁평 제2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건설 과정에서 교각 설치 공사를 위해 공사 구간에 기존 제방을 철거했다. 그러면서 44m 길이의 임시제방을 다시 쌓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부실한 임시제방 때문에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물이 들이닥쳐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시제방은 29.7m 높이로 기존 둑 31.3m보다 1.6m 낮게 시공됐다. 하지만 행복청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계획홍수위보다 0.96m 높은 29.74m로 1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한 설계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2022년 6월 우기에 대비해 임시제방을 구축·사용 후 우기가 지난 9월에는 철거했다”며 “올해도 우기에 대비해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임시제방을 재축조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은 미호강 물이 임시제방 아래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인부 6명이 삽으로 흙을 퍼 포대에 담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임시제방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행복청은 "오후께 굴착기를 이용, 제방 보강 공사를 했다"며 작업하는 굴삭기 사진을 제시하며 주장을 반박했다.
여기에 기본 제방 해체 관련, 금강유역환경청과 행복청 입장이 서로 다르다.
금강유역환경청은 “궁평제2지하차도를 지나는 국도 36호선 미호천교 연장사업 관련, 하천 점용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복청은 “해당 구간 관련, 도로공사를 포함 기존 자연제방 일부 철거와 임시제방 축조 등 어떤 불법행위도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검찰수사본부(본부장 배용원 청주지검장)는 이날 행복청을 포함 충북도청(자연재난과), 청주시청(안전정책과, 하천과), 흥덕구청, 청주흥덕경찰서(112상황실), 충북도소방본부 등 관련 기관 10여 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2020년 7월 23일 부산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망 사건 수사의 경험이 있는 조광환 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장은 팀장으로 발탁, 검사 17명을 찍어 수사본부를 꾸렸다.
앞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감찰을 진행하던 국무조정실(국조실)은 경찰 6명의 범죄 혐의점을 토대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15일 오전 임시제방이 폭우로 늘어난 유량을 견디지 못해 속절 없이 무너져 내렸다. 궁평1, 궁평2구 양 갈래로 쏟아져 나온 강물은 300~400m 떨어진 궁평2지하차도로 삽시간에 들어찼다.
당시 하천수 6만여t이 밀려들어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물에 잠겼고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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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