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관례 제도화…신혼부부 새출발 지원"
"1.5억원 초과 과세, 명확히 해야…후속조치"
기재부, 위장결혼 탈세 우려에 "발각되면 추징"
정부가 신혼부부의 결혼자금 증여세 세액공제를 1억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결혼 전후로 부모에게 받는 전세자금 등에 대한 세부담을 경감하려는 조치다.
물가와 소득 상승에 따른 결혼비용을 현실화하고, 암묵적으로 통용되던 관례를 제도화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는 반면, 1억5000만원 초과 증여분에 대한 조세윤리가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개정에는 개인마다 기존 5000만원 공제가 가능했던 것에 더해 결혼자금 각 1억원씩을 추가 공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부부로 치면 총 3억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내야 하는 부부의 증여세 1940만원 부담을 덜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화를 통해 신혼부부의 새출발을 지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암묵적 사각지대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보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젊은층이 결혼을 통한 새출발에 상당한 어려움 겪고 있다"며 "증여세 혜택을 남녀 합치면 전세자금 마련은 할 수 있다. 이는 자녀 출산을 조속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산층의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부모가 적극 도와줬을 텐데 이미 다 증여세를 안 내고 있다. 세법과 무관한 논리가 현실에서는 암묵적으로 작동해왔는데, 이를 제도화한 건 좋다. 원래 안 내던 걸 합법적으로 안 내게 되니 세수가 줄어들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법제화로 1억5000만원 초과금액을 증여할 때 과세를 명확히 하게 될지는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1억5000만원 초과 증여분에 대해서는 국세청도 과세를 정비하고, 납세자도 조세윤리를 되짚어봐야 한다. 정부에서도 세무행정상 후속 관리조치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확대안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여력이 되는 중산층에게 해당하는 세제로, 5000만원 미만을 증여하는 서민층에는 위화감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서민층은 증여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 몇백만 원에서 많으면 몇천만 원 준다. 1억5000만원은 중산층을 타깃팅해 일부 대상에 한정된 정책으로, 서민층에게 약간의 위화감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봤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증여세 공제 5000만원 선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증여세 공제 확대는 사람들에게 비과세 감면을 기대하게 하는 하나의 사인이 될 수 있다. 증여세와 상속세, 재산세, 종부세, 소득세는 다 연결돼있다"며 "국세청이 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해도 골목이 넓어지는데 더 빡빡한 수비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여세 공제를 확대한다고 결혼과 출산이 늘 거라는 증거가 없다. 저출산은 국민 전반의 문제이다. 증여세 공제 확대는 국민적 합의를 볼 수 있는 안으로 해야 하지, 결혼에 엮어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결혼 자금의 용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결혼 비용의 사용 용태가 다양한데, 이를 규정하면 현실 적용이 어렵다는 점에서다. 대신 고저가 양수도, 주식상장이익 등 취지와 맞지 않는 증여재산은 공제 범위에서 배제했다. 증여 대상은 부동산, 코인, 주식 등 제한이 없다.
또 기재부가 설명한 세법 해석에 따르면 초혼이 아닌 재혼의 경우도 증여세 공제가 동일하게 가능하다.
위장결혼 및 이혼을 통한 탈세 우려에 대해서 정정훈 세제실장은 "위장이혼의 경우 당연히 발각되면 추징한다. 실질적으로는 이혼했다가 재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 대해서는 위장이혼 구분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혼하는 사람들이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꼭 새로운 사람과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전세자금을 대줄 수 있는 요건이 돼야 하냐는 측면에서, 이혼하고 다시 혼인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적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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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