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3차례 니코틴 담긴 음식 건네
1심은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30년 선고
2심, 니코틴 찬물에 대해서만 유죄…징역 30년
대법 "추가적으로 심리 가능"…파기 환송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게 치사량이 넘는 니코틴 원액을 탄 음식을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유죄 단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며 "추가적으로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심에서 인정한 간접증거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와 감정의견인데,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이라는 점과 과량의 니코틴 경구 투여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며 "피고인이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피해자로 하여금 음용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즉, 다른 경로를 통해 피해자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또 컵의 용량과 물의 양, 피고인이 넣은 니코틴 원액의 농도와 양 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반적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니코틴의 치사량, 구할 수 있는 니코틴 원액 내지 희석액의 농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를 만한 투입량, 투입 방법 등에 대한 정보와 분석이 필요하다"며 "압수된 니코틴 제품도 범행 준비 정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내연관계 유지나 피해자 사망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 목적 등이 피해자를 살해할 만한 충분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었는지 여부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 등을 마시도록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B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한 차례 더 B씨에게 니코틴이 든 찬물을 마시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는 또다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아울러 A씨는 범행 후 B씨의 계좌에 접속해 300만원 대출을 받아 이득을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니코틴 원액이 든 찬물을 통해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이 미숫가루 음료를 마신 뒤에 체기와 명치 답답함 등을 호소한 것으로 보이는 데, 한 전문가는 니코틴 중독 증상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먹은 미숫가루나 햄버거 패티가 식중독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 "피고인이 증상을 호소한 것이 미숫가루와 흰죽에 소량의 니코틴이 포함됐다고 추정은 가능하나 확신은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응급실을 다녀온 뒤 증상이 완화된 피고인이 니코틴을 음용했을 정황은 피고인이 건넨 찬물 한 컵밖에 없다"며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 "피해자의 사망 전 행적을 봐도 평소 일상생활과 다를 바 없어 극단적 선택을 염두에 둔 사람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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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