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기자단 대상 설명회 예정…1시간 전 돌연 취소
해병대 "수사 권한 있는 경찰서가 발표하는게 맞아" 해명
자체 결과 발표 시 부실 수사 논란 의식한 것으로 보여
해병대가 지난 19일 폭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고 채수근 상병의 사고 조사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해병대 측에서 향후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취소했다고 해명한 가운데, 부실 조사 논란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해병대는 지난 2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31일 오후 2시부터 해병대 수사단장이 호우피해 복구작전 중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건처리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날 오전 국방부 브리핑에서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지만 해병대 측은 "오늘 오후 백브리핑 때 설명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병대는 조사 발표 1시간 전 설명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때까지도 취소 배경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후 출입기자단이 취소 이유에 대해 거듭 묻자 해병대 측은 "국방부에서 법무 검토를 한 결과 수사 시작 전에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내용들이 나갔을 경우 수사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수사 관할권이 있는 경찰에서 (발표)하는 게 맞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인 사망 사건, 성범죄 등의 수사·재판은 처음부터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해병대 역시 출입기자단에 이번 조사결과를 먼저 설명한 뒤 민간 기관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방부에서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제동을 걸자 이를 급히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설명회 취소 배경에 대해 해병대에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부실 수사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의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질문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해병대는 조만간 이 사건을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관계자는 "아직 경찰엔 이첩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 3분께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같은날 저녁 1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5.8km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여야는 내달 25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군 당국을 상대로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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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