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살다 아들만 두고 집 나가 재혼
남은 아들, 비위생적인 집에서 거주
재판서 "청소·빨래 해줬다" 혐의 부인
1심 "기본적 보호·양육으로 볼 수 없어"
"아주 어리진 않고 적극 학대는 아냐"
단둘이 함께 살던 중학생 아들을 두고 집을 나가 재혼하는 등 아들을 유기·방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친모에게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지난 6월23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 관련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B(14)군과 함께 살던 지난해 3월께 집을 나가 재혼한 뒤 같은 해 8월 말 경찰에 체포될 때까지 약 5개월 동안 B군을 유기·방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가 가출한 뒤 B군이 혼자 살던 집은 쓰레기가 쌓여 있고 냉장고에 음식이 부패되는 등 비위생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B군은 이곳에서 혼자 살면서 인근 교회나 학교 관계자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군이 혼자 생활한 것은 사실이지만 A씨가 정기적으로 집을 방문해 청소나 빨래를 해줬고, B군에게 식사할 수 있는 돈도 줬다며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의 이 같은 행동에도 B군에 대해 기본적인 보호나 양육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기·방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아동의 친모로 사실상 피해아동의 유일한 보호자"라며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와 빨래를 해줬다고 하나 주거지 사진을 보면 피해아동이 휴식하거나 수면을 취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거지에는 각종 쓰레기와 강아지 분변 등이 방치돼 있었다"며 "경찰이 피해아동 상태 확인을 위해 통화할 당시에도 피해아동은 엄마를 일주일 정도 전에 본 것 같고 실종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기존에도 피해아동의 누나들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수사 당시 피해아동 및 그 누나에게 고소 또는 신고 취하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아동의 나이가 아주 어리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적극적인 학대행위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가끔 청소나 빨래를 해주고 기본적인 식사를 할 정도의 용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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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