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4명째…"이태원 보고서 삭제 지시 받았다" 줄 잇는 증언

참사 발생 후 보고서 삭제 지시
정보경찰 4명째 삭제 지시 증언
피고 "원칙에 따른 지시" 해명

이태원 핼러윈 축제 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작성된 위험 분석 보고서를 참사 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경찰 간부에게 실제로 삭제 명령을 받았다는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7일 오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정모, 이모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 모두 김 전 과장이 정보관들에게 정보 보고서를 모두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정 정보관은 '지난해 11월2일 김 과장이 자료 삭제 지시를 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차례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경찰청 특별감찰팀에게 용산서 내부에서 작성된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 보고서 제출을 요구 받자, 자신의 동료가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특별정보요구) 보고서 3건 등 4건의 정보 보고서를 취합해 김 전 과장에게 우선 보고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김 전 과장이 '왜 아직도 지우지 않았냐'고 질책한 것에 대해 정 정보관은 "전에 지우라고 했음에도 왜 아직도 안 지웠냐, 본인이 수차례 말했는데도 왜 안 지웠냐는 취지로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정 정보관은 "(삭제 지시를 두고) 내부적으로 '이걸 왜 지워야 해?'라는 직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전 과장이 과거에도 이같이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 있냐'는 검사의 물음에 "기억나는 건 없다"고 답했다.

특히 이 정보관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관련 인파 밀집을 예상한 SRI 보고서 2건을 직접 작성했지만, 참사 이후 김 전 과장에게 삭제 지시를 받고 직접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선 정보 활동 및 정보 보고서들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태원 일대 20만명 운집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 정보관은 "(지난해 11월2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이 끝나고 김 전 과장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이 시점에 그렇게까지 의심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개인적으로 들었다"며 "너무 큰 이슈인데, 언론에서 관심 갖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완전히 지우지 않고 있다가, '자료가 더 있냐'는 김 전 과장 물음에 삭제된 보고서를 복원해 보고했다고 한다. 당시 김 전 과장이 보고서 폐기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지금 지우는 건 수사자료를 폐기하는 느낌이라 못 하겠다. 있는 그대로 보고해야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했다.

한편 1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도 자신이 참사 이전 작성했던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김 전 과장이 삭제하도록 회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용산경찰서 정보분석팀장도 김 전 과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를 듣고 항명한 뒤, 직접 삭제에 나섰다고 증언했다.

김 전 과장 측은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열람 및 보고·전파가 이뤄진 보고서는 폐기가 원칙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고 있다.

보고서 삭제 혐의 관련 용산경찰서 간부들의 재판은 지난 4월 시작됐다. 재판부는 간부들의 보고서 삭제가 정당했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