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 메모리 시대'…한계 넘는 韓 반도체 기술

기술 경쟁 가속화 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선두
"D램 이어 차세대 메모리 시장서 1위 굳힐 것"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데이터와 응용처 확대로 서버 및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지면서 '고사양 메모리 시대'가 열렸다.



인공지능(AI)의 발달과 함께 물리적 공간의 한계로 전력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용량과 속도를 구현해야하는 기술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경쟁국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탑재한 차세대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GH200 그레이스호퍼 슈퍼칩'을 전날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전 모델 대비 훨씬 강력한 프로세서"라고 소개하며 "증가하는 AI 컴퓨팅 파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세계 데이터 센터의 규모를 확장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칩에는 초당 5TB의 속도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3E를 탑재했다.

HBM3E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늘어나는 글로벌 HBM 수요에 맞춰 HBM 생산능력(캐파)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한 상태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행사인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을 통해 차세대 시장을 이끌 혁신적인 제품들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서버, PC, 오토모티브 등 응용별 최신 스토리지 솔루션과 기술을 비롯 ▲생성형 AI 서버에 적용돼 활용 중인 높은 전력 효율의 'PM1743'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업계 최고 성능의 PCIe 5.0 SSD 인 'PM9D3a' ▲유례없는 집적도를 구현한 '256TB SSD' 등을 선보였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321단 1Tb(테라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 개발 경과와 개발 단계의 샘플을 공개했다. 2025년 상반기부터 321단 낸드를 양산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인 PCIe 6세대와 UFS 5.0 개발에도 착수했으며 업계 기술력 우위를 이어간다.

이에 중국기업들은 물론 미국의 마이크론마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메모리반도체에서 추격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D램 등 기존 메모리에 이어 한국이 글로벌 차세대 메모리시장 역시 1위 자리를 굳힐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CXMT와 YMTC가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는 가전제품에서는 사용할 수는 있으나 AI 서버에서 활용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기술 혁신 주도로 미국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마저 지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과감하게 HBM3 출시를 건너뛰고 내년에 HBM3E 대량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자 속에서도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개발을 가속화한 상태"라며 "HBM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이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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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