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대원 最多 수용 경기도 시·군…"전 세계에 지역 알린 호기"

전통문화, 관광, 체험 등 시·군마다 특색 프로그램 제공 대원들 '엄지척'
태풍 대비에 '손님 맞이'까지…악조건 속 사고 없이 추억남긴 채 환송

태풍 '카눈'을 피해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 8~12일 경기도에서 다양한 체험 등을 하고 무사히 돌아갔다.



수원, 용인, 화성 등 경기도에는 가장 많은 1만2000여명의 대원들이 짐을 풀었고, 도와 시군은 이들에게 안전한 숙식과 관광, 체험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 더욱이 북상하는 역대급 태풍을 대비하는 상황인데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대이동'까지 대응해야 한 일선 공무원들에게 너무나도 악조건이었지만, 큰 사고없이 '손님 맞이'를 결국 해냈다.

한편으론 전통문화 체험, 문화예술공연, 관광지 답사 등 경기도로 몰려든 잼버리 대원들을 통해 각 시·군은 물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12일 경기도와 각 시군 등에 따르면 도내 21개 시군 53곳에 88개국 1만1900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경기도로 긴급 대피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이들은 명지대와 경기대 등 대학 기숙사, 민간기업 연수원, 공공기관 교육시설 등 각 지역에 분산배치됐다.

도는 오병권 행정1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잼버리 대원 체류 지원 TF'를 구성, 시군 TF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과 숙식, 각종 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김동연 지사는 수차례 관련 회의 등을 열고 "잼버리가 국제대회인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경기도가 갖고 있는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 적극 협조하라"면서 "경기도에 오게 된 잼버리 대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대원들이 좋은 기억과 경험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치자"라고 강조했다.


◆입소 시설 중 유일한 '소방학교'

경기소방학교에는 지난 8일 잼버리 대원 350여 명이 입소했다. 여러 입소 시설 중 소방기관은 전국에서 경기도소방학교가 유일하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소방호스 방수, 로프 하강, 외줄 타기, 생존수영, 소방헬기 구조시범, 안전 체험 등 일사불란하게 제공된 프로그램에 앞다퉈 참여했다. 또 경기소방이 마련한 태권도와 마술, 비보이 공연을 관람하며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지난 10일 오후 7시 경기도소방학교 대강당은 400석 전 좌석이 소방학교 체험의 하이라이트인 한국문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대원들로 가득찼다.

12명의 태권도 시범단이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태권도 시범에 나서자 곳곳에서 박수 소리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송판 격파와 함께 태권도 동작을 선보이자 대원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20여 분 간의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 시범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네덜란드 출신 재스퍼(16)군은 "한국 잼버리 대회에 참가해 태권도는 3번째 공연이었지만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기회가 드물었는데 태권도와 비보이 등 한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 준 경기소방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TV나 영화에서 보던 동양 무술…화려하고 멋지다"



10일 오전 태풍의 영향으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텔레컨벤션센터 대회의실은 잼버리 대원 800여 명이 총 1196석 규모의 자리를 속속 채웠다.

이들은 독일과 아이슬란드에서 온 대원들로, 수원시 대표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무예24' 공연과 함께 사물놀이와 퓨전국악 공연을 관람했다.

사물놀이 예술단이 흥겨운 전통 가락에 맞춰 장단을 울리자 호기심 어린 눈길로 지켜보던 잼버리 대원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공연 장면을 연신 찍어댔다.

조선시대 무관 복장을 입고 칼과 창을 들고 무대로 올라선 배우들의 '무예24기' 공연에 대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시선을 집중했다.

독일에서 온 10대 스카우트 대원은 "전날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그 주변에서 운영되는 활쏘기 등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해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며 "종종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동양 무술이 나오는 것만 봤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보니까 더 화려하고 멋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9일 수원시 팔달구 창룡문 인근 연무대에서 국궁도 체험했다. 통역사 구령에 맞춰 발사한 화살이 정확히 도깨비 얼굴에 날아가 맞춘 대원들은 크게 환호성을 지르며 으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비껴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쏜 대원들은 짙은 탄성과 함께 아쉬워했다.

화성행궁도 방문해 목재로 지어진 우리나라 전통 양식의 건축물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일부 대원들은 화성행궁 내부에 설치돼 있는 장금이와 무관 모형의 마네킹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조직위원회와 정부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수원시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원했다"며 "수원에 머물게 된 잼버리 대회 참가 세계 청소년들이 수원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책임관 배정…퇴영식까지 전담마크

경기도 체류 대원 중 40% 가량의 가장 많은 대원들이 용인시에 머물렀다. 시는 용인지역에 위치한 기업연수원과 학교 등 15곳에 잼버리 대원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했다. 각 숙소마다 공무원들로 구성된 책임관이 배치돼 대원들의 식사와 잠자리를 살피는 한편 체험활동에도 동행하며 대원들의 일과를 거들었다.

지역 내 기업들도 잼버리 대원을 위한 지원의 손길을 보태 따뜻한 용인시민의 정을 보탰다.

농협 용인시지부가 샌드위치와 음료 등 5400개를, 지구촌보호작업장이 샌드위치 2000개와 쿠키 1000개를 각각 지원했다. 지역 내 이마트 7개점이 더위에 지친 대원들을 위해 얼음물 1만1000개를 긴급 지원하고, 용인시약사회가 피로회복음료 2000병을 제공했다.

또 용인상공회의소와 기업인들은 카스테라 6000개와 음료 4280개, 땅콩버터 100개, 수건 200장을 지원했으며 지역 화장품 제조 업체 퍼퓸홀릭이 손소독 티슈 6000매를, 식품제조 업체인 SLB코리아도 샌드위치 4000개를 지원했다.

명지대학교 채플관에는 용인특례시 화훼농가들이 힘을 모아 플라워 포토존을 설치, 잼버리 대원들은 스마트폰 플래시를 터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대원들은 처인성 방문, 문예회관 및 포은아트홀 공연 관람, 청소년수련관 물놀이 체험, 비무장지대(DMZ)·과천과학관 견학, 용인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방문, 소방안전교육, 리더십 교육, 자동차공장 견학 등 시와 기업·대학 등이 준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시 공무원들은 11일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5시30분부터 열리는 폐영식과 K팝 콘서트에 버스로 이들을 인솔하고 밤늦게 다시 용인의 각 숙소로 배치하는 등 끝까지 잼버리 대원들을 보살폈다.

이상일 시장은 잼버리 대원 지원에 나선 공무원들에게 향후 특별휴가를 주도록 지시했고 행안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초과근무를 인정토록 공문을 내려달라고 요청, 이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영민 용인시 공보관은 "갑자기 몰려든 손님맞이에 공무원들이 힘들었던 측면도 있었지만 용인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주요 시설 활용…관내 기업들의 협업도

성남시는 잼버리 대원 506명에게 성남청소년수련관, 성남아트센터, 성남시청, 대광사 등에서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성남시립예술단과 청년프로예술팀의 공연을 관람하고, 첨단산업의 중심인 판교테크노밸리 워킹 투어를 통해 4차 산업 특별도시 성남을 체험했다.

화성시는 900여 명의 대원들을 위해 융건릉 관람, 서해랑케이블카, 기아자동차 견학, 우리꽃 식물원 견학, ICT생활문화센터 견학 등을 진행했다. 안산시 역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시립합창단·국악단과 청년예술인 등의 공연, 안산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서 댄스 경연과 줄다리기 등 체육행사를 마련했다. 경기도미술관 견학, 케이-팝(K-POP) 댄스 교실 등도 제공했다.

평택시는 지난 10일 평택대학교 90주년 기념관에서 평택에 머무는 900여 명의 대원들을 위해 태권도 시범, 평택농악, 판굿, K-POP, 비보잉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오산시는 멕시코 대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유엔군 초전기념관 및 스미스평화관, 미니어처빌리지, 국민안전체험관, 물향기수목원 등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롯데,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오산시 관내 기업들의 협업도 빛을 발했다. 롯데는 지난 9일부터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를 대원들의 숙소로 제공했으며, 대원들을 실내 놀이동산인 롯데월드 어드벤처로 초청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멕시코 대표단에게 오산 아모레 뷰티파크를 개방하고 원료식물원, 아카이브 투어 등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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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 신 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