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커피에 변비약 '퐁당'…피해자는 입시 실패

장난삼아 몰래 커피에 변비약 두알 넣어
피해자, 설사로 장염 진단…재수도 실패
法 "묻지마범죄, 구형보다 중한 형 필요"

수능 두 달 전 일면식도 없는 또래의 음료에 장난 삼아 변비약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면서도 따끔하게 질책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상해,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지난 9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고3이던 지난해 수능을 두 달여 앞둔 8월30일 저녁께 서울 강남구 소재 같은 독서실을 다니던 동갑내기 남학생 B씨에게 변비약을 먹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건물 4층 독서실 내 B씨가 자신의 책상에 500ml 커피를 올려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장난삼아 갖고 있던 변비약 2알을 넣었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자리로 돌아온 B씨는 커피를 마신 후 설사를 시작했고, 수일의 치료가 필요한 장염을 진단 받았다.

B씨는 당시 재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건 직후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며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B씨는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라 더 이상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모든 연락은 보호자를 통해 해달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 이 사건의 여파로 결국 재수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게 상해 혐의 뿐만 아니라 타인이 소지한 음료를 훼손했다고 보고 재물손괴죄도 적용했다.

당초 이 사건은 검찰이 벌금 200만원으로 약식기소를 했지만, A씨 측이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약식기소액과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참작해도 약식명령에서 정한 벌금 200만원의 검찰 구형 의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은 전혀 모르는 다른 학원생의 커피에 아무런 이유 없이 변비약을 넣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이는 이른바 '묻지마 범행'으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로부터 용서 받지 못했고, 이 사건 범행은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행이란 점에서 피고인이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등의 사정은 의미있는 양형자료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피해자를 위해 2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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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