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간첩단' 첫 재판…"진보세력 탄압 구실 만들려 기소"

관할이전·국민참여재판 신청 기각 후 재개
변호인 "법 적용 이상…재판지연 의도 없어"
"'종북세력' 굴레 씌우려는 것…지령 없었다"
검찰, 증인 60여명 신청…추가 구속도 요청
법원 "추가 구속 계획 없다"…증인신문 돌입

'창원 간첩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활동가들이 "진보진영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이들의 구속기간이 곧 만료된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활동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0세·신발 제조 회사 대표)씨 등 4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간첩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국보법에 규정된 반국가단체·이적단체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공소장에 의하면 소위 '창원간첩단'은 계속성도, 통솔 체계도 갖추지 못해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한 '집단'"이라며 "반국가단체도 이적단체도 아닌데 국보법 위반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집단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가공된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보법이 특별형법으로 오랜 시간 존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형법을 동시에 적용한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참여재판을 요구했던 것 역시 검찰의 주장처럼 '재판지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은 하루만에 선고까지 모두 마치는 점을 고려하면 벌써 1심이 선고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도 언급했다. 혐의를 적극 다투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도 다른 유사 사건들과 다르게 구속까지 이어졌고, 수사과정에서 물리력 행사도 있었다는 취지다.

피고인들도 직접 모두진술에 나섰다. A씨는 "이 사건은 현 정권과 국가정보원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실현을 위해 기획·조작한 정치탄압극"이라며 "진보 진영에 '종북세력' 굴레를 씌워 대대적 탄압의 구실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소사실이 억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국정원의 수사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국정원 수사보고서는 작성자의 주관대로 편집된 것"이라고 했다.

함께 기소된 B(44세·무직)씨는 "수사기관은 지난해 11월 압수수색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에 피의사실을 노출했고, 보수언론은 반론에 관심이 없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C(58세·무직)씨는 "검찰이 북한 공작원과 만난 시기로 특정한 2017년에 나는 아무 일도 없었고 그 이전부터 통일을 위해 활동했을 뿐"이라며 "누구의 지령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발했다.

반면 검찰은 총책·지역 및 직역별 책임자·하부조직원 등 범죄 실행 체계 등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자통을 범죄단체로 보고 기소한 것"이라며 "구체적 지령에 따라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활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맞섰다. 증인 60여명을 불러 신문하겠다는 입증계획도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달 14일이면 A씨 등의 구속기간이 만료된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A씨 등의 구체적 혐의사실을 나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재로서는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할 계획은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피고인 측에서 불이익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일부 서류들을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4일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A씨, B씨, C씨, D(55세·무직)씨 등 4명은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 단체 자통 활동가로, 2016년부터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각종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자통은 ▲미제국주의 침략세력과 친미예속적 지배세력 타도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전 영역에서 미제국주의 잔재 청산 ▲연방통일국가 수립을 통한 조국통일과업 완수 등을 주요 강령으로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공판준비절차 당시 검찰이 수사·공소 유지의 편의를 위해 창원지검 수사 사안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넘겼다며 법원에 관할 이전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낡은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처벌할 가치가 있는지 일반 국민의 상식적 시각이 필요하다"며 국민참여재판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고심을 거쳐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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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