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첫날…시민들 큰 혼란은 없었지만, 물류는 일부 차질

대전역 큰 혼란 없어…퇴근 시간대 혼잡 예상
"아직 체감 안돼"…대합실 분주한 발걸음
시멘트 출하 큰 지장 없어…"장기화 땐 차질"
노조, 열차안전과 시민편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 오전 9시부터 4일 동안 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오전 출근시간대 전국적으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총파업 사실을 몰랐던 고령층이나 외국인들은 열차 운행 차질로 피해를 겪었다. 화물 운송의 경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전역 큰 혼란 없어…퇴근 시간대 혼잡 예상

오전 9시 대전역 대합실에는 기차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조의 파업 시작이 시작되기 전 출근 시간대에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큰 불편 없이 기차를 이용했다. KTX 운행률은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97.3%에 달했다.

대전역 내부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전광판을 비롯해 곳곳에 있었고 같은 내용의 안내방송이 일정 시간마다 계속해서 나오기도 했다.

승객들이 기차를 타러 가는 승강장 길목에는 운행 중지 안내문과 함께 일반 열차와 KTX 운행 중지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파업 전 시민들은 큰 불편 없이 기차를 이용했지만 파업이 시작된 뒤 일부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기 시작하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황급히 매표소에 줄을 서 기차표를 바꾸거나 기존에 예매했던 KTX를 취소하고 다른 기차를 이용하며 불편함을 겪었다.

충남 논산에서 휴가를 나온 20대 군인들은 “평소 휴가를 나오며 기차를 타면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번 파업으로 기존에 이용하던 기차를 타지 못했다”라며 “결국 직접 이동하는 기차가 아닌 돌아가는 기차를 이용해 평소보다 1~2시간은 더 걸린 것 같다”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다만 파업이 시작됐음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전역에 있던 한 40대 A씨는 “파업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무궁화호를 타고 대전에 도착했는데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파업이 시작한 직후라 큰 체감이 안 됐을 수 있지만 퇴근 시간대에는 많은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직 체감 안돼"…대합실 분주한 발걸음

"아직은 체감이 안되네요."



이날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 큰 혼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합실로 들어서자 평소와 다름없이 기차를 이용하려는 시민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각 출구에는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습니다'라고 적힌 글이 부착돼 있었고 파업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일정 간격으로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로 출장을 간다는 유은하(28·여)씨는 "파업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으로 동대구역에 도착했지만 평소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며 "파업이 진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감이 안된다"고 말했다.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권민준(42)씨는 "오늘부터 파업인가요? KTX는 정상 운행인 것 같아서 전혀 몰랐습니다"라며 안도했다.

대합실 안내 직원은 "현재까지 파업으로 불편을 제기하는 민원은 없다"며 "승차율이 적은 열차 위주로 운행을 줄여 불편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동대구역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해 감차된 운행 수는 KTX 평일 170회에서 130회, 주말 192회에서 138회다. 무궁화, 새마을 등 일반열차는 평일 108회에서 78회, 주말 108회에서 72회다.


◆시멘트 출하 큰 지장 없어…"장기화 땐 차질"

제천단양지역 시멘트공장 화물 운송에는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제천역의 경우 중앙선과 충북선, 태백선 등 일부 열차의 운행편이 감축됐다.

제천과 대전을 오가던 충북선 무궁화호 열차는 기존 20회에서 16회로 4차례 줄었고, 제천을 경유하는 KTX이음 등도 평소의 70% 수준으로 단축 운행하고 있다.

제천역 내부 곳곳에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됐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과 함께 운행중지 시간표가 붙었다. 이를 알리는 안내방송도 일정 시간마다 나왔다.

파업 이후 지역 시멘트공장 3사의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열차가 80% 이상 멈춰서면서 지역 시멘트 업체는 기존 철도수송 물량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등을 통한 육송 출하로 돌리고 있다.

단양지역 한 업체의 경우 하루 6000t가량을 철송 출하던 것이 이날 1200t 정도로 8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하루 평균 제천 아세아시멘트 1만1000t,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는 각 2만여t의 시멘트를 출하해왔다. 이 가운데 40%가 철송 출하다.

시멘트 업체들은 비축한 재고 물량이 있어 단기적인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파업이 1주 이상 장기화할 경우 출하에 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철송 물량을 육송으로 대체하는 등 큰 차질은 없으나, 전체 물량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파업 확대나 장기화가 이뤄지게 된다면 출하에 심각한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역…영문 모르는 고령층 "왜 취소"

총파업 사실을 몰랐던 고령층이나 외국인들은 열차 운행 차질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

대전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을 찾았다는 남모(50대)씨는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체감하진 못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부산역 앞 광장에서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하는 것을 보고 실감이 났다"고 밝혔다.

경기 동탄에서 오는 가족의 마중을 나왔다는 문모(60대)씨는 "수서~부산 SRT의 예약 대란은 항상 있어왔던 문제라 파업이라고 해서 예약이 더 힘들거나 취소되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 내 안내센터 관계자는 이날 오전부터 많은 시민이 피해를 호소했으며, 특히 정보 소외계층의 고령자와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피해가 컸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파업으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열차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약 2주 전부터 계속 알림을 보냈다. 하지만, 앱을 이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이나 뉴스를 통해 파업 소식을 듣지 못했던 분들은 역에 와서 '갑자기 왜 취소된 것이냐'며 따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림을 보내도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분들은 역에 와서 두리번 두리번거리기만 할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노조, 열차안전과 시민편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이 열차안전과 시민편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을 촉구하며 경고성 파업에 나섰다.

파업에는 필수 유지인력 9000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김동구 호남본부쟁대위원장은 "정부가 경부선 SRT열차를 줄이면서 호남선 운행도 줄었다"며 "축소된 고속열차로 불편을 겪게될 시민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국토교통부는 공청회나 의견수렴 없이 하루 최대 4920개의 좌석을 축소해 열차대란을 불렀다"고 밝혔다.

또 "시민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은 수서행 KTX다"며 "국토부가 수서~부산노선을 감축해 증편한 KTX 시·종착을 수서역으로 하면 된다"며 "KTX와 SRT 연결 운행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운임차별을 해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파업 지지 성명을 통해 "철도노조가 시민 안전과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국민 이동권 보장을 위한 파업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했다.

이어 "2013년 수서발 고속철도의 SR㈜ 분리로 시작된 철도 민영화 이후 피해는 철도 노동자를 포함한 시민에게 전가돼왔다"며 "SR이라는 민간기업의 적자 보전을 위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다. 교통시설 취약지역의 새마을·무궁화 노선이 사라지며 시민 이동권마저 심각하게 침해 당했다. 안전 관리 인력 부족으로 사고 위험도 늘었다"고 주장했다.


철도하나로전북운동본부도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철도 분할민영화 강행때문"이라며 "철도민영화의 결과는 요금급등 등 철도공공성 파괴와 철도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정부는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신설 및 관제권 이양, 철도차량 정비의 민간기업 위탁, 시설 유지보수업무의 분리 등 철도운영-시설관리-차량정비-관제에 대한 철도 쪼개기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의 목표는 철도를 갈기갈기 쪼개 민간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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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