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이슬람 사원까지 행진
"이스라엘, 금지된 백린탄 사용"
한국에 거주하는 이슬람계 아랍인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항의하며 이태원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진보단체 노동자연대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여명이 모였다. 한국인과 팔레스타인 난민, 이집트, 요르단인 등 재한 이슬람계 아랍인들이 대거 집결했다. 경찰은 2개 기동대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반대한다" "팔레스타인 저항 정당하다" "이스라엘을 패배시키자"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Free Free Palestine)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발언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팔레스타인인 타이마 카타미쉬씨는 "지금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대항"이라며 "이스라엘은 어떠한 사전정보도 없이 공습해 가자지구에서 2300명이나 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으로 금지된 무기인 백린탄을 민간인에게 사용하고, 구급차와 병원, 학교마저 폭격하고 있다"며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이스라엘"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출신의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흐 무하마드 난티씨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했을 때부터 민간인 폭격은 물론이고 피난민 행렬에 공습하는 등 전쟁범죄를 단행하고 있다"며 "그들이 어린아이와 여성들을 죽이고 침략할 수 있어도 저항과 투쟁의 정신마저 죽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가자지구에 있는 형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하려 했으나, 현지 통신이 끊겨 통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 무하마드 카요티씨는 "우리 가족은 1948년 이스라엘 점령 때문에 난민이 됐다"며 "이스라엘은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을 공격하고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의약품, 식품, 전기를 모두 차단하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가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국 대학생의 지지 성명도 나왔다.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서성원씨는 "한국의 대학생들은 팔레스타인과 함께 한다"며 "이스라엘은 수십년 전 팔레스타인인들이 살던 터전을 빼앗고 지금까지 생명을 빼앗고 있지만, 서방과 한국 위정자들은 침묵했다. 침묵한다면 우리도 공범"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태원 이슬람 사원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거리에선 할랄음식점에 있던 아랍인들이 박수를 치며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앞서 노동자연대는 지난 11일에도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한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행진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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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취재본부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