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임단협 난항…11월9일 파업 예고
'인력 감축안' 두고 교통공사 노사 팽팽히 맞서
작년에도 파업에 시민 불편, 남은 기간 협상 지속
서울 지하철이 다시 한 번 '출퇴근길 대란' 위기에 처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2023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 측이 파업 수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조(민주노총)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한국노총)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9일부터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사와 연합교섭단은 지난 7월11일 제1차 본교섭을 진행한 이후 총 10차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하지만 거듭된 본교섭과 실무교섭이 소득 없이 끝났고, 교섭은 지난달 6일자로 결렬됐다.
결국 연합교섭단은 지난 12일부터 5일 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갖고 파업 관련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1만1386명이 참가한 투표는 찬성률 73.4%(8356표)로 가결됐다. 지난 1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결정적인 대목은 '인력감축' 문제다.
공사는 2026년까지 인력 2212명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212명은 정원 1만6367명의 13.5% 수준이다. 공사는 지난해 기준 누적 적자 규모가 17조6808억원에 이르는 데다 자본잠식률이 62%에 달해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연합교섭단은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노사 합의를 3년째 무시하는 처사라며 맞서는 중이다. 공사 재무구조 악화와 인력 변동은 노선연장,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확대, 안전업무 직영화, 심야 연장운행 시행 등 정부 정책 및 시책에 따른 요인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본질은 무시한 채 획일적 인력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2017년 통합 이후 5년 간 이미 1429명을 줄였는데 또 다시 인력 조정을 운운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한 연합교섭단 관계자는 "지금 남은 이슈는 '인력 감축' 하나 뿐이다. 인력을 이런 식으로 줄여버리면 제대로 된 안전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면서 "코레일이나 부산, 인천 등 다른 지하철도 똑같이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요금도 인상했는데 수천명대 인력 감축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 (사측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인력감축을 들고 나오는데 갈등을 키우는 문제가 아닌 다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은 "서울시의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안은 결국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공서비스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중단하고, 올해 최소한의 안전인력인 771명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파업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명 MZ세대가 주축이 된 공사의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의 견해를 조금 다르다. 이들은 "무조건적으로 연합교섭단의 파업을 반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파업의 주된 이유인 사측의 인력감축안은 기존 노동조합의 잘못된 선택과 행위로 인한 문제다. 이런 오점이 있는 교섭단체가 고객인 국민들을 파업으로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섭 주체가 아닌 올바른노조는 파업이 아닌 단체행동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에도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지하철이 파업으로 멈춘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었다. 다행히 11월30일 하루로 파업이 막을 내렸지만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 퇴근길에는 주요 역사들이 인파로 가득찼다. 30분 이상 열차가 지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공사와 노조는 파업 예정일까지 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초에도 만남이 예정됐다. 작년과 같은 대란을 원치 않는 시민들은 이들이 하루빨리 접점을 찾길 희망하고 있다. 11월9일까지 채 3주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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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