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6일 혁신위원 인선을 마쳤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인선 기준으로 여성과 청년, 당외 인사를 제시했지만 이미 당내 다양한 활동 전력이 있던 인사들이 임명돼 '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내년 출마 예정자들이 다수 포진돼있어 '셀프 공천혁신' 논란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히 전권을 가지고 위원회에 대해서 제가 원한 대로 사실 3일 동안 잠을 설쳐가며 (구성했다)"며 "인선 기준은 여성, 청년, 당과 관계없는 외부 인사를 많이 배려했다. 그분들은 한마디로 브레인들"이라고 했다.
혁신위에는 서울 재선 의원인 박성중 의원을 필두로 호남 출신인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합류했다. 이들은 모두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정선화 전주시병 당원협의회 당협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임장미 마이펫플러스 대표, 박소연 서울대 소아치과임상조교수, 최안나 세종대 교수, 송희 전 대구MBC 앵커, 2000년생으로 경북대 재학생인 박우진씨 등이 참여한다. 박성중·김경진·오신환·정선화·정해용·이소희 혁신위원은 당 내부 위원으로 구분된다.
인 위원장은 '인선한 분들을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이냐'는 질문에 "김경진 위원 같은 경우 개인적 친분이 아주 강하다. 20년 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고 많이 의존하려고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며 "나머지 분들은 굉장히 친하고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어떻게 인선했느냐'는 질문에는 "추천을 받았다. 오만 곳에서 추천 받았다"고 했다. 인선된 인사들 대부분이 당에서 활동했던 인물인 점을 미루어 볼 때 당에서 추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혁신위원들 중 정선화 전주시병 당원협의회 당협위원장과 정해용 전 대구경제부시장은 올해 4월 출범한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119'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국민의힘 민생119는 영세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지원책, 소액 생계비 대출한도 등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조수진 단장의 밥 한공기 발언이 논란이 된 뒤 주목도가 낮아졌다.
변호사 출신인 이소희 세종시의원의 경우, 지난해 8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위에 대한 법원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고 비대위가 해체되면서 비대위원직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났다.
이 시의원의 경우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3·8 전당대회에서 선거관리위원을 맡은 바 있다. 또 올해 8월 김기현 대표 지도부 법률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김기현 대표측 사람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약속한데 이어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혁신위 시작인 인선부터 당과 관련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혁신을 이끌 새로운 인물이 아닌 오랫동안 당에서 활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을 혁신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이다.
이번 인선에서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인사들이 많은 점도 논란거리다.
정선화 전주시병 당원협의회 당협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경제부시장, 이소희 세종시의원 모두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거기에 현역으로 유일하게 참여한 박성중 의원 역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서초구을에서 재선을 한데다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로 출마를 준비한다는 이야기가 정가에서 돌고있다. 그가 혁신위와 어울리는 인물이냐는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정치경험이 없는 위원장과 다른 위원들에 비해 큰 목소리를 낼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오마이TV에 출연해 "저는 박성중 의원을 혁신 대상으로 보고 110명 의원 중 굉장히 아래로 평가한다. 혁신위는 박성중보다 괜찮은 의원은 못 날릴 것"이라며 "혁신위원장은 그립이 세야하는데 당장 박성중 하나 컨트롤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 전 서울시정무부시장도 총선 출마가 예정돼있다.
때문에 내년에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공천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게 공정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 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변화하고 희생할 각오로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추구하는 변화와 통합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공천 기준에 손을 볼 수 밖에 없다.
인적쇄신은 보통 기존 현역의원들을 다음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직 후보자 부적격 기준 강화나 인재 영입을 위한 다양한 룰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위가 인재 영입을 위해 공천 기준을 어느 수준까지 바꾸느냐에 따라 혁신위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당 안팎에서는 선수가 룰을 건드려도 되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신이 공천룰을 만들고 그 룰로 공천경쟁에 나서는 것은 공정하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진짜 혁신을 할거면 혁신위원장부터 혁신위원 전원이 비례대표도 안 받고 총선에 출마를 안 한다고 해야한다"며 "그게 아니면 혁신위가 하는 말을 국민들이 믿어 주겠느냐. 선수가 무슨 심판이 돼서 룰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구성을 보면 당을 거의 모르는 분들이 많고 당을 아는 분들은 전부 내년 공천을 받으려는 분들"이라며 "따라서 당에 손을 대기 굉장히 어려운 구성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은 "개개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국민들이 명단을 보고 혁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자신이 아는 사람은 김경진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며 "결국 추천은 당대표나 대통령 압력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