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뷰 아파트' 건설사 2심서 모두 승소…입주는 이미 끝나

건설사 3곳 문화재청 상대 행정소송 2심 모두 승소
문화재청 대법 승소해도 단지 철거는 어려울 듯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도 김포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공사 중지와 관련해 문화재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건설사들이 재차 승소하면서 최종 판가름은 대법원에서 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 1·2심 모두 건설사의 손 들어줬다. 문화재청은 2심 패소 후 즉각 상고해 현재는 대법원의 판결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사실상 철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3400세대가 입주를 마쳤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는 ▲대방건설 디에트르 더힐(1417가구) ▲대광건영 계열사 대광이엔씨 로제비앙라포레(735가구) ▲금성백조 계열사 제이에스글로벌 예미지트리플에듀(1249가구)다.

왕릉뷰 아파트 논란은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 인근에서 3개 건설사가 공사하던 아파트가 허가를 받지 않고, 지어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 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20m 이상의 건축물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 건설사들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2021년 7월 아파트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일부 철거를 권고했다. 다만 문화재청이 문화재법 위반을 이유로 해당 지자체인 서궁처에 사용검사 유보를 요청했지만, 서구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건설사들은 공사 중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22년 8월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대방건설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전달에는 대광이엔씨(시공사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사 금성백조)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건설사들은 항소심에서도 잇따라 승소했다. 3일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제이에스글로벌이 문화재청을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의 판단과 달리 세계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기구인 유네스코는 유산의 가치가 아파트 건설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9월 1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45차 회의의 문화유산 보존 의제 중 ‘조선왕릉'에 대한 결정문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에서 김포 장릉 문제에 대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풍수가 (아파트 건설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개발 중이거나 계획이 있는 유사한 상황이 다른 유산 구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유산의 전반적인 보존 상태 등을 평가하기 위해 자문단의 의견대로 한국 정부에 세계유산센터, 이코모스, 이크롬 대응 모니터링 공동 실사단 초청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가 장릉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포 장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위는 위태로워졌다는 평가다.

이제 왕릉뷰 논란과 관련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1심과 2심에서 건설사가 승소하면서 마지막 판결인 대법원도 건설사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 1·2심 판결의 주된 취지 중 하나인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이 사회관념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왕릉뷰 논란을 빚은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대법원이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입주나 퇴거나 아파트 철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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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