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4분기 적자로 다시 전환될 가능성" 분석 우세
가스공사 미수금 12.5조원으로…요금 동결 타격 예상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우리 에너지산업을 이끄는 두 공기업의 재무상황이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요금정상화가 난항을 겪으며 연말까지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어서 여파가 우려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전날(13일) 3분기 결산실적을 공시했다. 한전은 3분기 연결기준 1조9966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전의 3분기 매출액은 24조47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순이익은 8333억원으로 작년 동기(5조8842억원 순손실)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한전의 이번 흑자는 작년 이후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올해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미 2021년 이후 한전의 적자는 막대한 수준으로 쌓여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제때 요금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한전은 2021~2022년 2년 간 38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약 6조5000억원에 달해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는 여전히 약 45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4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유가 추가 인상 우려가 크고 원·달러 환율도 당초 전망보다 높게 형성돼 '반짝흑자'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4분기 적자로 다시 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 흑자가 조금 난다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전의 적자 규모가 너무 크고 그 적자가 해소될 전망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가스공사의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가스공사는 지난 겨울 난방비 대란 이후 도시가스 지원을 크게 늘린 탓에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4% 줄어든 1조2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를 불러온 민수용 미수금은 12조5202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3조9346억원이 뛰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사실 한전보다는 가스공사가 더 상황이 안 좋다"며 "가스공사 역사상 10조원을 넘은 적이 없다. 미수금이라는 것이 사실 적자이기 때문에 이걸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미수금을 과연 계속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이런 형태의 미수금을 인정하지 않으면 10조원의 돈이 손실화되는 것이라 가장 큰 위험(리스크)"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며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기·가스요금 정상화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겨울철 이후에는 두 에너지공기업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손 교수는 "요금을 많이 올리지 않으면 (한전 적자가) 장기화될 것"이라며 "(가스공사는) 공기업인데 그런 재무적 위험을 끌어안고 계속 영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유 교수 역시 "누적적자 47조원이 획기적으로 없어지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4분기나 내년쯤 상당히 어려운 재무여건을 여전히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가스공사의 최대 재무적 위험으로 꼽히는 민수용 미수금의 경우 당초 연말까지 13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스요금의 원가보상률은 78%에 불과하지만 겨울철 가스요금이 동결되며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가스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가 이미 10조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3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는 39조8901억원이다. 같은 기간 발행된 사채 잔액은 29조401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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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