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 요구·혁신 안건에도 무반응
"큰 역풍 불 것", "모양 좋지 않아"
"시간두고 거취 기다려야" 의견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당 내부에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대표와 가까운 대구·경북(TK) 지역 재선 김석기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최근엔 당헌당규상에 명시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시점을 기존 '선거일 120일 전'에서 90일 전'으로 고쳤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사실상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아닌 현 체제 유지에 힘을 실은 것이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혁신은 차치하고 '도로 영남당'으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당 내에선 "혁신 없는 대표가 당의 혁신을 이끌 수 있겠나"라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면담 뒤 기자들을 만나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 뒤 밑에 실무자들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하고 (김 대표) 본인 스스로가 책임을 안 지는 것 자체부터 뭔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의원은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도부를 비롯해서 우리 당 모든 분들이 모든 걸 내려놓고 정말 승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원희룡 장관을 언급하며 "(김기현 대표) 울산 출마 선언 같은 게 있게 된다면 굉장히 큰 역풍이 불고 오히려 지도부의 존립이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원은 뉴시스에 "김 대표 본인이 공천 주도권을 갖겠단 것 같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모양새가 그렇게 좋진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내 중진들은 혁신위의 중진 용퇴론에 대해서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울산 의정보고회 일정과 관련해 "울산은 내 지역구고 고향인데 울산에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거취 결단 시점에 대해서도 "좋은 의견들을 잘 참고하겠다"며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권성동 의원을 포함한 다른 의원들도 사실상 혁신위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는 혁신위가 내놓은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 1호 안건을 제외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대통령실 포함 전략공천 원천배제 등이 담긴 2~4호 안건을 의결하지 않고 있어 혁신위 출범 한 달 이후 사실상 아무런 성과가 없었단 비판도 제기된다. 혁신위 내부에선 활동 기한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다만 아직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결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진들이 혁신위의 촉구에 등 떠밀려 용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단 지적이다.
김 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당을 단합시키기 위해 가장 마지막에 본인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김 대표는 김 대표 나름대로의 희생의 생각이 있다. 문제는 타임스케줄이 안 맞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지금 (대표가) 던지면 그 카드는 이미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혁신위는 다음주 중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의 불출마·험지출마 등 희생을 당에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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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