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탈락하자 '서류 재검토' 지시 기관장도
국민권익위, 454개 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
채용사규 컨설팅…총 8130개 항목 개선권고
공공기관 사무국장 A씨는 경영기획팀장 채용 계획 수립, 인사위원회 개최, 공고 등 채용 과정에 관여한 뒤 자신이 직접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공공기관 기관장 B씨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응시자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서류전형을 재검토하고 일부 심사위원 채점결과를 배제할 것을 지시해 해당 응시자를 최종 임용시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일 '2023년 공직유관단체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454개 공직유관단체에서 총 867건의 공정채용 위반을 적발하고 채용비리 관련자 68명을 수사의뢰하거나 징계요구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 공동으로 각 공직유관단체가 지난 한 해 동안 법령·상위지침·자체 규정에 따라 신규 채용을 실시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채용 실적이 있는 전체 1364개 공직유관단체 중 최근 3년간 채용비리가 발생하지 않은 539개 기관을 제외한 825개 기관으로, 이 가운데 454개 기관(55%)에서 총 867건의 채용 공정성 훼손 사례가 나타났다.
권익위는 이 가운데 법령을 위반해 인사 공정성을 현저히 해친 2건을 수사의뢰했다.
채용 과정에 관여한 뒤 자신이 직접 응시해 합격한 공공기관 사무국장,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응시자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채용에 개입해 해당 응시자를 최종 합격시킨 공공기관 기관장이 수사의뢰 대상이다.
권익위는 또 합격자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과실 등 42건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징계처분을 의뢰한 42건은 채용계획 수립 전 감독기관 협의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7건), 주요 사항을 누락해 채용공고를 하거나 의무 공고일수인 10일을 채우지 않은 경우(5건), 심사위원 구성 부적정 및 서류·면접 부실심사 등(17건), 국가유공자 가점 오적용 등 합격자 결정 단계 절차위반(13건)이다.
연도별 채용비리 건수는 전반적 감소세를 보였다. 전년도 전수조사 대비 수사의뢰는 2건, 징계요구는 1건 줄어들었고, 2년 전 조사와 비교해서는 수사의뢰 3건, 징계요구 29건이 감소했다.
수사의뢰·징계요구 대상 44건을 제외한 823건은 단순 업무 부주의로 해석돼 주의·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권익위는 채용비리 관련자 68명(임원 5명, 직원 63명)에 대한 적정 처분이 이뤄지도록 지속 점검할 예정이다.
채용비리 피해자 14명에 대해서는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한편 권익위는 채용비리 사전 예방을 위해 공직유관단체 대상 채용 사규 컨설팅을 실시하고, 331개 기관에 총 8130개 항목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는 2025년까지 3년에 걸쳐 1408개 모든 공직유관단체에 대한 채용 사규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개선 권고가 다수 나온 항목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취업지원 대상자 우대 준수(319개), 차별 소지 질문 금지 등 면접위원 교육 강화(314개), 퇴직 후 3년 미경과시 외부위원 위촉 금지 등 요건 명시(311개) 등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번 전수조사 및 채용 규정 컨설팅 결과가 채용비리 근절과 공정채용 문화 정착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공정채용을 훼손할 수 있는 요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하여 개선하는 것이 임무임을 잊지 않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국민들이 만족할 수준까지 채용 공정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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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임정기 서울본부장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