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앞에서 흡연 후 꽁초 무단 투기
업주는 가게 정리 후 꽁초 직접 주워
"지적했다가 손님 끊기면 나만 손해"
신고해도 현장서 포착해야만 과태료
꽁초 무단 투기 과태료 상향안은 '답보'
지난 4일 오후 8시께 서울 관악구의 한 음식점 앞. 3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담배를 태우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꽁초를 던진 뒤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이미 가게 앞은 담배꽁초 수십개비가 나뒹굴고 있었다.
식당 주인 A씨는 "손님들이 버린 꽁초는 장사를 마치고 난 후 전부 직접 주워 버린다"며 "손님들한테 꽁초 버리는 걸로 뭐라 하다가 그들이 발길을 끊는다면 나만 손해 아니냐"며 한숨 쉬었다.
지난 4일 저녁시간대 서울 관악구 일대 거리의 음식점과 술집 10곳 중 8곳꼴로 가게 앞이나 골목에 담배꽁초가 어지러이 버려져 있었다. 한 음식점 앞엔 철제 꽁초 수거통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통이 아닌 옆에다 버리기 일쑤였다.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가게 앞은 사유지다 보니 업주들이 다 치운다"라며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그 사이 꽁초를 버리고 가버려서 상황 처리가 어렵기도 하고, 솔직히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신고 자체가 큰 실익이 없어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57)씨도 "새벽에 마감하면 몸이 정말 지치는데, 가게 앞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하나하나 주울 때가 가장 힘들다"며 "금연 구역은 아니라 흡연까지는 참을 수 있어도 꽁초를 버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단투기하는 손님들을 지적하면 손님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냥 참을 수밖에 없는 게 자영업자의 속사정"이라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경우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업주들이 신고를 꺼리는 데다가, 설령 신고하더라도 대부분 꽁초를 버리고 이미 사라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하는 경우를 현장에서 목격하면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누군가 신고를 해도 현장에서 무단 투기 장면을 포착하지 못하면 사실상 과태료 부과가 어려운 건 맞는다. 설령 현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더라도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주의를 주는 정도로 그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무단 투기 과태료 상향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관계 부처와의 조율이 길어지며 아직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한 예로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담배꽁초 무단 투기 과태료를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 2차 15만원, 3차 2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환경부는 "급작스러운 과태료 인상은 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시는 20세 이상 시민들이 200g 이상 꽁초를 모아오면 g당 20~30원씩 지급하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확대도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해 2월 용산구와 성동구가 시작한 뒤로 현재까지 도봉구만 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25개 자치구 중 3개 구만 참여해 참여율은 12%에 그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예산 문제와 자치구 협력 문제 등도 걸려 있다"며 "담배꽁초 문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시 차원에서도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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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