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유발' 감리단장·현장소장 첫 재판… 유족 울분

감리단장 "혐의 대체로 인정"
현장소장 "혐의 모두 부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한 첫 재판이 사고 6개월 만에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참사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현장소장은 전면 부인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 A씨와 현장소장 B씨 등 2명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이날 공판에서 A씨의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의 증거 기록이 방대해 아직 등사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과실 내용에 대해선 증거기록을 검토해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 A씨와 달리 현장소장인 B씨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유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B씨의 변호인 측은 "발주처 지시에 따라 임시 제방을 무단 절개한 적 없고, 침수 사고 전날부터 유관기관과 협력해 도로 통제를 알리는 등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송 참사 직후 임시 제방 시공계획서를 뒤늦게 만들어 사용한 혐의(위조증거교사·위조증거사용) 역시 시공계획서를 위조한 직원의 죄 성립 부분이 유무죄를 다투는 부분이기에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을 숨죽인 채 방청한 유족들은 "가슴이 무너진다"며 울분을 토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온 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협의회 공동대표는 "A씨는 고개 숙여 사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B씨는 혐의를 모두 부정하고 인정 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만 아팠다"고 울먹였다.


A씨와 B씨는 허가 없이 미호강 제방을 무단 철거한 후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시공해 2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발주한 미호천교 도로 확장공사에서 차량 출입을 위해 관할 기관인 금강환경유역청의 허가 없이 기존 제방을 허물고 법정 기준보다 1.14m, 기존 제방보다는 3.3m 낮게 임시 제방을 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참사 직후 임시 제방 시공계획서를 뒤늦게 만들어 사용한 혐의(위조증거교사와 위조증거사용,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도 받는다.

임시제방 공사를 하려면 시공계획서를 만들어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수사 당국이 관련 서류를 요청하자 위조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외 최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된 시공사 직원 2명과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무원 3명에 대해선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공판은 2월 14일 오전 10시 청주지법 423호 법정에서 열린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충북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계 기관 감찰에 착수한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지적, 책임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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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취재본부장 / 김은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