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친모 징역 15년 구형…"인간성 상실 범행"

변호인 "사실관계 인정하나 영아살해죄 적용돼야"
A씨 최후진술서 "하늘에 있는 아이들에게 평생 속죄"

경기 수원시에서 낳은 지 만 하루가 지난 영아 2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친모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8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 심리로 열린 친모 A씨의 살인, 사체은닉 등 혐의 재판에서 "본건 범행은 치밀성과 그 수법, 잔혹성에 있어서 전국민의 충격과 경악을 넘어 깊은 절망에 몰아넣었던 인간성 상실이 극에 달한 범행"이라며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출산과 해당 범행의 시간적 간격, 장소 차이가 있어 피해자를 분만 직후 영아라 보기 어려워 영아살해죄가 아닌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헀다.

검찰은 "피해자를 분만 직후의 영아라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은 출산 직후 외출해 기존 자녀를 돌보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도 했다"며 "정신감정 결과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고 하나 이는 첫 아이를 출산한 때부터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일 뿐 분만 직후의 흥분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또 피해자의 시체를 냉장고에 약 5년간 숨기고 수사기관에 발각될 때까지 발견되지 못하게 했다"라며 "피해자들은 세상에 태어나 이름 한번 불려보지 못하고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냉장고에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변호인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으며 살인이 아닌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변호인은 "수사기관에서 한 달 가까이 영아살해죄로 수사를 진행하다가 출산한 지 하루가 지났고 장소가 병원에서 집으로 옮겨졌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살인죄로 변경했는데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주산기 우울증이 상당한 상태였다"며 "또 언젠가 아이들 장례식을 치를 것을 대비해 아이들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은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기존에 세 명의 아이까지 같이 못산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도달해 이 사건 범행을 한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강조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늘에 있는 아이들에게 평생 속죄하며 벌을 달게 받고 돌아와서 남은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허덕이고 세 아이조차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잘못된 선택으로 제 아이들 모두에게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에 깊이 사죄하고 반성한다"며 "다만, 아이들에게 비판은 하지 말아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아이를 출산한 뒤 경기 수원시 자신이 사는 아파트 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8년 11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하루 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했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현재 또 임신한 상태로 오는 2월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에 구치소에서는 최근 A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고를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그 시기와 기간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 사건 선고는 다음 달 8일 진행된다.

한편, 국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 폐지하고 각각 일반 살인죄와 유기죄에 해당하는 처벌 규정을 적용받도록 법을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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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