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日과 필요한 소통할 것"

조총련 유관단체 '강제연행' 언급 빌미 삼아 철거
日정부 입장 표명 회피, 군마현은 대체 부지 제안

정부는 일본 군마현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를 강행한 데 대해 "일본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언론조차 군마현의 추도비 철거가 역사 왜곡을 돕는 것이라며 그 부당성을 지적한다는 물음에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급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폭거로 즉시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진보 성향 매체인 도쿄신문도 철거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헌법학 교수 발언을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이 사안에 대해 "일본 내 상황과 사안의 성격 등을 고려해 양국 간 우호관계를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일본 정부 역시 관련 입장 표명을 회피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자체의 결정 사항이며 최고재판소에서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 정부로서는 코멘트를 삼가겠다"면서 지자체에 문의할 것을 요청했고, 외교장관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같은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 '군마 평화유족회'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4월 군마현 다카사키시 소재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혀 있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쓰여 있다. 군마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6000여명이 동원돼 노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이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유관단체 소속 참가자가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점을 일본 극우단체들이 문제 삼으며 철거를 요구했고, 군마현이 이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해당 발언은 "강제연행의 실시를 전국에 호소하여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하고 싶다", "전쟁중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 "일본 정부는 강제연행의 진상규명을 성실히 하지 않고 있다" 등이다.

일본 시민단체는 군마현의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불허한 지자체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군마현은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시민단체에 요구했고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전날 대집행 작업을 개시했다. 다음달 11일까지 철거를 끝마치고 철거 비용 약 3000만엔(약 2억7000만원)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군마현은 철거 요청 과정에서 대체 부지를 제공할 의사를 전하며 추도비를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시민단체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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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