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입학' 안 늘리면 수십억 덜 받는데…사실상 '의무화'

무전공 입학 25%까지 늘리면 가산점 최대 10점
자유전공학부 더 늘리면 가산점 더 많이 주어져
지난해 S~A 차이 평균 3.2점…등급 바꿀 수 있어
S등급은 A보다 11억·C보다 34억 많이 지급될 듯

수도권 대학이 이듬해 신입생을 뽑는 입시부터 '무전공' 입학정원을 25% 이상 늘릴 경우, 그렇지 않은 대학보다 국고 인센티브를 많게는 수십억원 이상 더 가져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입장에선 무전공 입학정원을 도입하지 않아도 국고 인센티브를 가져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가 막대해 '사실상 의무'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대학) 분야 국고 일반재정지원사업인 2024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30일 각각 확정해 발표했다.

교육부는 예고됐던 대로 이 사업을 통해 수도권 주요 대학과 지방 국립대의 '무전공' 입학 확대를 추진한다.

올해 예비 고등학교 3학년에게 적용될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자유전공학부' 또는 '광역선발' 등 '무전공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대학에 가산점을 준다.

자유전공학부는 신입생이 보건의료계열이나 사범계열 등 국가가 정원을 관리해야 하는 전공을 제외한 모든 전공을 택할 수 있다. 광역모집은 종전 학부제처럼 비슷한 전공들을 묶은 뒤 그 중에서 택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사업비의 일정 비율을 정해진 산식(포뮬러)에 따라 배분하고, 남은 사업비는 인센티브 형태로 대학들의 한 해 사업 성과를 평가한 뒤 지급한다.

인센티브는 성과평가 결과에 비례해 S·A·B·C 4단계 등급별로 차등 배분한다. 무전공 입학 실적에 따라 성과평가 결과(100점)에 추가로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가점제를 적용하는 대학은 수도권대 51곳, 지방 거점국립대 9곳, 국가중심국립대 13곳으로 총 73개교다. 중상위권 지방 사립대, 교육대학, 특수목적대학 등 다른 일반재정지원대학 81개교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사립대, 특수목적대 및 교원양성대는 지역 및 대학별 여건과 특수성을 고려해 재학 단계 학생 지원 체계 구축과 교육과정 개편 등 '교육혁신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했다.


수도권대는 무전공 입학정원을 25% 이상 확대하면 가산점을 최대 10점까지 받을 수 있다. 신입생이 모든 전공을 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로 10%를 채울 경우 10점을 주고, 그보다 낮을 경우 1~2점을 차감한다.

국립대는 무전공 입학을 25% 이상 늘리면 최대 8점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대와 마찬가지로 자유전공학부가 10% 포함돼 있다면 8점, 5~10%면 7.2점, 그 이하면 6.4점을 부여해 자유전공학부에 더 힘을 실었다.

교육부는 무전공 실적을 따져 볼 때 총 정원에서 보건의료, 사범계열을 제외한다. 대학들은 자체 판단에 따라 예체능, 종교계열과 첨단학과 등 각 부처 인재양성사업에 따른 모집정원을 뺀 뒤 무전공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구조조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번 가산점제의 핵심은 무전공 입학을 확대한 대학은 더 많은 국고를, 그 중에서 자유전공학부를 확대한 대학은 보다 더 많은 국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평가 총점을 기준으로 S등급은 95점 이상, A등급은 90점 이상, B등급은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S(95.9)와 A(92.7)의 평균점수 차가 3.2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산점 10점은 등급이 바뀔 수준이다.

국고 인센티브 몫 사업비는 총 7836억원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총 사업비의 30%→50%)과 국립대학 육성사업(40%→60%) 모두 총 사업비와 인센티브 비중이 늘어나 대학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강화됐다.

총사업비를 대학 수로 나눠 단순 계산하면 수도권대와 사립대는 대학당 평균 연간 37억7000만원, 국립대는 92억5800만원이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고 인센티브는 등급별 가중치를 곱한 금액만큼 배분된다. 대학당 연 평균 인센티브 금액에 가중치를 반영하면 가중치 60%인 S등급 수도권대는 60억3200만원을 받게 돼 A등급(30%)과 12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C등급(-30%)과는 33억원 이상 벌어진다.

교육부 한 간부는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B등급일 때 4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대학이 있다고 가정하면 S등급은 24억원을 더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대학당 인센티브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수도권대·사립대(대학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인센티브 사업비 총액을 수도권 등 권역별로 학부 재학생 수와 학교 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므로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이번 방안은 당초 무전공 입학정원이 일정 비율에 미달하면 아예 국고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정책연구진안보다 그 수위가 한 발짝 물러선 것이긴 하다. 하지만 적게는 10억대, 많게는 30억대 국고가 달려 있는 문제라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은 간과하기 어렵다.

한편 교육부는 당초 성과평가 지표였던 전임교원 확보율을 폐지하고 대신 저소득층이 더 많은 대학에게 국고 지원금이 더 많이 주어지도록 사업을 개편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수도권대·사립대)은 총 사업비 중 100억원,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200억원을 각각 '기회균형 포뮬러 사업비'로 할당한다. 학생 1인당 교육비 평균이 높고, 소득연계형 장학금인 '국가장학금 Ⅰ유형' 수혜 학생이 많을 수록 국고를 더 많이 배분한다.

해당 사업비는 성과평가를 거치지 않고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의 규모와 전임교원 수 등에 비례해 국고를 배분하는 산식(포뮬러)에 따라 주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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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