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 숨졌는데… 40대 2심도 상해치사 아닌 상해 적용 왜?

검찰, 피해자 사망 예견할 수 있었다며 상해치사 주장
재판부, 사망과 폭행 사이 직접 관련 찾기 어렵다 판단

교제하던 애인과 말다툼하던 중 애인이 던진 휴대전화에 맞자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폭행을 저질러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7일 오전 10시 15분 316호 법정에서 상해치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8)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한 이유에 대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다시 살펴봐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상해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거나 상해 행위 당시 사망을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형 부분도 원심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했고 당심까지 양형 조건 변경이 없어 원심 판단을 존중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5일 오후 10시께 충남 태안군에 있는 주거지에서 약 5년 동안 동거하며 만나던 자신의 애인 B(46·여)씨와 말다툼하던 중 B씨가 던진 휴대전화에 맞자 약 10분 동안 발로 가슴을 차거나 내동댕이쳐 B씨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폭행한 혐의다.

또 다음 날에는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량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 성분이 함유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4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상해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22년 12월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A씨가 상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B씨가 숨져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때려 거실 바닥에 부딪힌 뒤 1~2분 정도 쓰러진 채 있었던 사실과 사건 발생 5일 후 뇌출혈을 원인으로 사망한 점을 비춰 보면 피고인이 가한 상해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고 이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하지만 피해자 사망 진단서에 적혀있는 직접 사인은 ‘뇌부종’이고 그 원인은 자발성 뇌내출혈이며 사망 종류는 병사로 기재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 의사는 피해자 상태에 대해 자발성 뇌출혈 소견을 냈고 이는 외상없이 갑자기 뇌 안에서 터지는 병이며 뇌출혈이 빠르게 혹은 천천히 확산할 수 있어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역시 상해로 발생한 외상성 뇌출혈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기도 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상해 행위와 피해자의 뇌출혈이 직접적으로 관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상해치사가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하며 징역 3년과 약물 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A씨는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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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