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온몸으로 품어 훈련병 구해" 김범수 대위 20주기 추모식

임실 육군 35사단서 거행

"당신의 고귀한 희생,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수류탄을 가슴에 품고 훈련병 대신 목숨을 잃은 고 김범수 대위의 20주기 추모행사가 16일 오후 전북 임실군에 위치한 육군 35사단에서 거행됐다.



이날 신병교육대대 김범수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오혁재 35사단장과 사단 및 예하 부대 장병, 유족, 부사관학교장, 임실호국원장, 전북 동·서부보훈지청장, 전북지역 학군사관후보생 등 170명이 참석했다.

유족과 사단 장병 등은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사, 헌화·분향, 조총 발사 등을 통해 고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이 자리에서는 2016년도부터 수여해 온 '김 대위 상' 시상도 진행됐다. 올해는 20주기를 맞아 기존 3명에서 김서희·이재윤 중위(진) 등 6명으로 수상자를 확대했다.

오 사단장은 추모사를 통해 "위급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빛을 발휘했던 김 대위의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는 사단 전 장병들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면서 "사단은 고인이 남긴 참군인의 뜻을 기리며 앞으로도 그 정신을 굳건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학군장교 40기로 임관한 김 대위(당시 25세)는 2004년 2월 18일 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중 한 신병이 수류탄을 전방에 던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리자 자신의 온몸으로 수류탄을 끌어안고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250여 명의 훈련병과 교관, 조교 등이 있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지만, 김 대위의 희생으로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이에 35사단은 김 대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병교육대대 강당의 건물명을 '김범수관'으로 짓고, 매년 2월 18일에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또 2018년도에는 김범수관 앞에 고인의 흉상을 세워 군인 정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사단 본청 내 기밀실 이름을 '김범수실'로 변경했다.

당시 신병교육대대 2중대 소대장으로서 김 대위와 함께 임무 수행했던 류광호 주임원사는 "부하와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내던지신 고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면서 "고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예 용사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병교육대대 3중대 반민재 병장(조교)은 "소중한 인재를 잃은 안타까운 사건으로, 만약 나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몸을 던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김 대위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대위의 이야기가 군인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더 많이 알려져 후대에도 군인 정신에 대한 표본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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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본부장 / 장우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