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소, 하르키우서 수거된 北미사일 분석
8개국 26개회사 마크 들어간 전자부품 발견
"北, 20년 시행 제재 우회 네트워크 개발 시사"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사용한 북한산 탄도미사일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이는 부품들이 다수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20년 가까이 시행된 대북제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0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영국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북한산 탄도미사일에서 290개 이상의 외국산 전자제품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부품 중 상당수가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 브랜드였고, 다수는 최근 3년 내에 생산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AR 현장조사팀은 지난달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수거한 북한산 탄도미사일의 잔해를 분석했다. 주로 미사일의 항법 시스템을 구성하는 전자 부품을 문서화했는데,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문서화된 290개 이상 부품에서 중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스위스, 대만, 미국 등 8개국가에 기반을 둔 26개 회사 마크가 나온 것이다.
연구소는 "문서화된 부품의 75%는 미국에 설립된 회사와 연관이 있고, 16%는 유럽에 설립된 회사와 연결된다. 9%는 아시아에 설립된 회사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보고서는 해당 회사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이 의도적으로 북한에 부품을 공급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CAR는 해당 업체들을 망신주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며 CNN에 전했다. CAR는 해당 업체들에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아울러 연구소가 분석한 부품의 절반은 생산날짜 식별 코드가 있었고, 이 가운데 75% 이상이 2021~2023년 사이 생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식별 코드를 통해 하르키우 지역에 사용된 북한산 탄도미사일은 지난해 3월 이후 조립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소는 "북한 탄도미사일 생산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2006년부터 시행 중임에도 북한은 지난해 생산된 부품을 결합해 첨단 무기를 생산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탄도미사일에 최근 생산된 외국산 전자부품이 상당수 들어간 것은 북한이 거의 20년간 시행된 제재에 탐지되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견고한 조달 네트워크를 개발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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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