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법인데…" 전공의 빈 자리엔 위태로운 대리의료행위

대학병원 전공의 무더기 이탈, 의료 일선 현주소 드러나
간호사가 약 처방·정맥 주사…"누가 책임질 것인가" 우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떠난 의료 최일선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엄연한 불법이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공연히 이뤄졌던 대리 의료 행위가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의료 사고 위험과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우려가 높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결근을 시작한 지난 20일부터 각 대학병원들은 비상 진료 체계를 운영 중이다.

진료 일선의 중추 역할을 해온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는 전문의와 전임의, 간호사 등이 채우는 실정이다.

한 병원에서는 전문의 2명이 응급실 진료를 도맡고 있고, 비응급 환자 수술 일정은 축소 재조정됐다. 전임의가 부족한 병원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경증 환자들을 중심으로 2차 의료기관으로의 전원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실·중환자실에서는 진료 업무 중 상당 부분을 간호사들이 도맡고 있다.

한 권역 응급의료센터에서는 간호사가 전공의가 해야 할 심전도·동맥 혈액 가스 검사, 욕창 드레싱, 위관·도뇨관 삽입, 정맥주사 등을 대신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히 전문의가 수술에 들어가면서 자리를 비우게 되면 간호사가 약제 처방 등 권한 밖의 업무도 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법령에 따라 간호사는 처방권이 없다. 워낙 인력이 없다 보니 의사가 가진 전산망 계정을 빌려 처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병원 노사가 함께 불법 의료 행위를 없애기 위해 논의를 해왔지만 (전공의 이탈로) 현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어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임상 전담 전문 간호사(PA)들이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문제다.

PA는 수술·검사·응급 상황 시 의사를 돕는 의료 보조 인력이다. 현행 의료법에선 PA면허를 따로 인정하지 않아, 면허 없는 PA의 의료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PA가 전공의 업무인데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직접 수술 또는 시술 동의서 설명을 하고 있다. 전문의·전임의 인력 부족에 경험 많은 PA가 직접 시술에 나서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PA를 공식 인정하지 않다가 이번 전공의 이탈을 계기로 갑자기 양성화해야 한다고 나선다. 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는 불법이다. 의료 공백이 발생한 요즘 같은 시기에 PA에 의한 의료 사고가 나도 법적 보호는 받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전남대병원은 본·분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319명 중 84%인 268명(레지던트 192명·인턴 76명)이 사직서를 냈고, 200여 명 넘는 상당수가 무단 결근 또는 일시 근무하고 있다.

조선대병원 역시 전공의 142명 중 114명이 결근했다가, 승인 받지 않은 휴가를 떠났던 1명만 현장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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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